제19화
패션위크 마지막 날, 이소희의 버터플라이 시리즈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런웨이 위로 비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델들은 그녀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당당히 걸어 나왔다.
검은 시스루는 마치 나비의 부서진 날개 같았고 그 사이사이에 박힌 크리스털은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반짝였다.
의도적으로 비대칭을 이룬 컷,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진 선들은 상처와 재생에 관한 한 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려주고 있었다.
백스테이지에서 이소희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객석의 반응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 옆에 있는 서윤호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리듬을 타다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봐.”
그가 런웨이의 끝을 가리켰다.
“저게 네 작품이고 네 이야기야.”
마지막 드레스가 등장하자 장내는 숨소리조차 사라졌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에 수많은 나비가 수놓아져 있었고 형태가 흐릿하던 나비들은 위로 갈수록 점점 모습이 온전해졌고 가슴께에는 날아오르기 직전의 황금색 제비나비 한 마리가 박혀 있었다.
“저건...”
서윤호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고치를 뚫고 나온다는 의미에서 [파견]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소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피아 교수님이 오빠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 아이디어를 제 시리즈에 녹였죠. 제 시리즈의 마지막을 완성해 줄 한 수라고 생각했어요.”
서윤호가 옆에서 웃었다.
“그렇다면 나한테는 영광이야.”
이소희가 고개를 돌리자 서윤호가 유난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너는 새로 시작할 자격이 있어, 소희야.”
그는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진중하게 말했다.
“누군가의 그림자도, 버려진 사람도 아니라 오직 이소희만으로 말이야. 재능 있는 디자이너로서 너 자신을 믿어도 돼. 넌 온 마음을 다해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야.”
서윤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쇼는 막을 내렸고 객석에서 천둥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커튼콜에서 이소희는 천천히 런웨이 위로 걸어 나왔다.
눈부신 조명 때문에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맨 앞줄에 앉아 있는 이민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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