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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소희는 다시 눈을 떴을 때 병실 밖에서 격렬하게 언성이 오가는 소리를 들었다. “소희는 내 친동생이야. 너도 소희를 어릴 때부터 지켜봤잖아. 넌 소희가 일부러 사람을 물에 밀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 네가 분풀이로 소희를 물에 밀어 넣어서 애가 익사할 뻔했는데 사과할 생각 없어?” “나더러 사과하라고? 그럼 먼저 소희더러 가인이한테 사과하라고 해! 걔가 질투심에 먼저 가인이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왜 아무 이유 없이 걔를 밀었겠어? 넌 네 동생이 마음 아프겠지만 나도 내 아내가 가장 소중해! 가인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소희가 백번 죽어도 그걸 다 갚지 못했을 거야!” 유지훈의 분노 섞인 고함을 듣는 순간, 이소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다시 얼음물 속으로 떨어진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동안 그녀는 그에게 거절당한 적이 수없이 많았지만 지금처럼 절망적인 적은 없었다. 둘이 연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정은 남아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유지훈이 좋아하는 최가인과 비하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밖에서 두 사람은 그녀가 깨어난 줄도 모르고 계속 말다툼을 이어갔다. “아무 증거도 없이 모든 걸 소희 탓으로 돌리고 해명할 기회조차 안 주는 게 말이 돼? 소희가 너를 십 년 넘게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마음대로 상처 줘도 되는 거야?” “걔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한테 들러붙었는데! 난 네 체면을 봐서 그나마 받아준 거야. 그동안 걔 창피 안 당하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넌 네 동생이 상처받은 것만 중요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참았는지는 생각해 봤어?” 그 말에 이민준의 가슴에 눌려 있던 분노도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유지훈의 옷깃을 붙잡은 채 주먹을 휘둘렀고 유지훈 역시 물러서지 않아 둘은 순식간에 뒤엉켜 몸싸움을 벌였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이소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 멍이 생긴 걸 보자 그녀는 급히 달려가 둘을 떼어냈다. 그러다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졌고 이소희는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었다. “그만해요! 제발 그만 싸워요. 오빠, 우리 그냥 돌아가자. 내가 부탁할게...” 동생의 눈물을 보자 이민준은 겨우 이성을 되찾았고 코가 시큰해져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쉰 뒤 먼저 손을 놓았다. 그는 이소희의 손을 꼭 잡고 기운 빠진 걸음으로 병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문이 닫히자마자 밖에 있는 유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쌍한 척한다고 내가 용서해 줄 거라 생각하지 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앞으로 가인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다시 분노가 치민 이민준은 밖으로 나가려 했고 이소희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그만해, 오빠. 난 정말 괜찮아. 나 곧 떠날 거고 앞으로 지훈 오빠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 때문에 지훈 오빠나 다른 친구들이랑까지 사이가 틀어질 필요 없어.” 그러나 그녀가 말릴수록 이민준의 마음은 더 아팠다. 두 사람이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이민준이 낮은 목소리로 먼저 침묵을 깼다. “다 오빠 잘못이야. 유지훈의 마음속엔 최가인밖에 없어. 그놈은 최가인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버릴 사람이야. 네가 유지훈을 좋아한다는 걸 처음 눈치챘을 때 내가 진작 사실대로 말해줬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네가 그놈한테 이렇게 깊이 빠지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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