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일촉즉발
강지연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입을 연 남자가 술기운에 취해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리쳤다.
“강지연 씨, 왜 못 들은 척하세요? 제 말이 안 들리세요?”
사람들이 일제히 강지연을 바라보았다.
강지연은 고개를 천천히 들고 맞은편의 옷차림이 단정하지만, 이미 만취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침착한 어조로 되물었다.
“취하셨어요?”
남자가 피식 웃으며 강지연의 상체를 위아래로 훑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취했어요. 저 지금 제정신으로 묻는 거예요. 양 상무님이 어떻게 가르쳐줬는지 우리한테도 좀 알려줘 봐요. 보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최소 3년 차예요. 그런데 입사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되는 강지연 씨가 어떻게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죠? 이 팀에 들어오기 위해 양 상무님께 꽤 많은 공을 들였나 봐요?”
모두가 남자의 이 말뜻을 알아들었다.
긴 테이블 주위에 앉은 몇몇 취한 남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었고 다른 여직원들 역시 눈짓을 주고받으며 속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강지연은 가슴속의 분노를 애써 억눌렀다.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쪽은 회사에 입사한 지 8년이나 되면서 왜 저 같은 신인과 한 테이블에 앉아 계시는 거죠? 저쪽 고스톱 테이블에 흥미가 없나요, 아니면 끼고 싶은데 낄 수 없는 자리인가요? 이렇게 겸손하게 물어보시니 제가 경험 하나 전수해드릴게요...”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강지연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강지연은 뜸을 들이다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 경험은 바로 성전환 수술부터 받는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는 얼굴이 굳어지고 입꼬리만 씰룩쌜룩 올라갔지만, 눈빛이 한결 사나워졌다.
“강지연 씨, 서울대학교 막 졸업했죠? 따지고 보면 강지연 씨는 저의 대학교 후배이네요. 몇 년 동안 학교에 안 가봤더니 교풍이 언제 이렇게 나빠졌죠?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졸업하자마자 남자를 꾀어서 승진하라고 가르치던가요?”
강지연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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