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배짱
연주형은 당구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강지연을 이기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포켓볼 룰로 대결했고 서브권은 연주형에게 돌아갔다.
연주형은 여유로운 얼굴로 큐대를 들고 멋진 포즈를 해 보였다. 그러나 당구공 두 개만 포켓에 들어가고 마지막 세 번째는 빗나갔다.
연주형은 턱을 매만지면서 핑계를 댔다.
“쯧, 아쉽네. 당구대가 조금 더 평평해야 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강지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숙여 첫 번째 당구공을 포켓 안에 넣었다. 아주 깔끔한 동작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당구공까지 전부 포켓에 들어갔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남은 당구공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서서히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연주형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왜 이렇게 잘해? 할 줄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척하고 나랑 내기한 거 아니야?”
강지연은 대꾸하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테이블 위 마지막 당구공을 포켓 안에 넣었다.
그녀는 허리를 펴고 큐대를 내려놓은 뒤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
“할 줄은 아는데 잘하지는 못해.”
연주형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당했음을 깨달았다.
강지연은 그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주형 씨, 아까 약속했던 거 다들 들었을 거야.”
말을 마친 뒤 강지연은 진우현에게로 시선을 옮겼고, 진우현은 담배를 입에서 떼며 시선을 들어 강지연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의 눈빛이 미묘했다.
연주형은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어.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은 진짜 처음이네. 우리는 이만 가보자.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지.”
그렇게 그들 모두 빠르게 떠났다. 강지연은 조용히 문 앞으로 걸어간 뒤 당구실 문을 닫고 나서 몸을 돌려 소파 쪽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진우현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차분한 표정이 마치 졸고 있는 사자 같았다.
그리고 강지연은 본인이 그 사자의 코털을 뽑으려고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지연은 몇 걸음 만에 소파 옆에 도착해 갑자기 진우현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강지연은 진우현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은 뒤 엉덩이 주머니 안에서 커프스단추를 꺼내 말랑한 두 손을 움직여서 커프스단추를 다시 달아주었다.
진우현의 마디마디 분명한 손을 본 강지연은 작은 목소리로 감탄했다.
“커프스단추보다 진우현 씨 손이 더 예쁜 것 같아요.”
강지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가락으로 진우현의 손바닥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동그라미를 겨우 두 번 그렸는데 진우현의 뜨겁고 큰 손이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강지연은 순간 몸을 움찔 떨었고 하마터면 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다.
“뭘 하려는 거야?”
진우현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그의 손에 힘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자 강지연은 이러다가 자신의 손가락뼈가 전부 으스러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강지연은 간신히 바닥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은 뒤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우현 씨, 손 좀 놔주세요. 아파요.”
“아픈 거 알면 꺼져.”
진우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강지연의 손을 뿌리쳤다.
손가락 마디가 욱신거렸지만 강지연은 잠깐 아픈 걸 참더니 이를 악물고 치마를 들어 올리며 긴 다리를 뻗어서 진우현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강지연이 이렇게 대담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걸 예상치 못해서 방심했던 것일까? 강지연이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을 때 놀랍게도 진우현은 그녀를 바로 밀쳐내지 않았다.
강지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눈앞의 잘생긴 얼굴을 향해 입술을 들이밀었다.
민해윤은 아무리 철벽 치는 남자라도 손바닥을 간지럽히면 반드시 넘어오게 돼 있다고 했고, 강지연은 진우현 또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지연은 키스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저 배짱만 있을 뿐이었다.
강지연은 서툴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진우현의 눈썹뼈, 높이 솟은 콧대, 얇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성급히 자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진우현의 입술에 가져다 댔지만 진우현은 마치 입에 자물쇠라도 잠근 것처럼 절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강지연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었다.
강지연은 눈을 감은 채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희고 부드러운 두 다리에 힘을 주는 와중에 자신의 상반신을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진우현의 몸에 대고 비볐고 두 손은 서툴게 그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