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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화를 끊고 신승우는 비서 임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송찬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 방금 전화할 때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네. 대표님.” 신승우가 덧붙였다. “내일 오전 10시에 강릉대로 가서 송찬미를 픽업해. 네 차로.” 임도윤은 의아했다. ‘대표님은 왜 굳이 내 차로 가라고 하시는 거지?’ 하지만 묻는 건 자기 주제를 넘는 일이었다.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시간 맞춰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신승우는 전면 유리창 앞에 서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했다. 방금 전, 송찬미가 그에게 결혼하겠노라 말했다. 결혼을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지만 그녀가 정말로 동의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정말로 내 아내가 되겠다고 하다니. 꿈인가?’ 신승우는 발코니 문을 열었다. 눈발이 섞인 차가운 북서풍이 얼굴을 때리자 정신이 조금 들었다. 다행이다, 꿈이 아니었다. ... 다음 날, 송찬미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두었지만 잠이 얕아 몇 번 울리지 않아도 금방 눈을 떴다. 그녀는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아직 잠에 취해 있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전화기 너머에서는 변명이 쏟아져 나왔다. “자기야, 나 어제 집에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부랴부랴 갔었어. 너한테 말하려 했는데, 하필 그때 휴대폰이 딱 꺼져버린 거야.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충전기도 못 챙겼고 그래서 밤새 연락을 못 했어. 지금 막 학교 도착해서 충전기 꽂았어.” 심영준의 목소리에 남아있던 잠기운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깊은 짜증과 경멸이 들어찼다. 충전기를 깜빡했다니, 기가 막히게 조잡한 변명이었다. “음.” 송찬미는 알 수 없는 탄식을 흘렸다. 심영준은 그녀의 평온한 반응에 잠시 당황했다. “자기야, 화난 거 아니지?” 송찬미는 휴대폰을 내려 시간을 확인했다. 9시 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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