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우리 겨울방학 때 부모님 뵙기로 한 거, 아직 유효해?”
송찬미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어, 그럼.”
“그럼 날짜를 정해 줘. 정확히 언젠지.”
송찬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설 지나고 5일째 되는 날 어때.”
심영준이 환하게 웃었다.
“콜! 약속했다. 내가 선물 끝내주게 준비해서 어머님이 널 나한테 허락하시게 만들게.”
송찬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어.”
‘심영준, 넌 어떻게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면서 표정 하나 안 변하냐? 나 속이는 건 좋은데 너까지 속아 넘어가진 마라.’
송찬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지며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심영준은 송찬미의 뒷모습을 보며 까닭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내 착각인 걸까, 찬미가 예전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진짜 나한테 질린 건가?’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 심영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며칠 전, 그녀가 엄마가 아프시다고 했을 때 그는 단 한 번도 병문안을 가지 않았다.
안 그래도 송찬미는 자신 때문에 무려 알바를 세 개나 뛰고 있었다. 게다가 빠듯한 시험 준비와 어머니의 간병까지 홀로 감당하고 있었으니 그녀가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갑자기 후회스러웠다.
‘좀 더 신경 써서 챙겨줬어야 했는데... 지금 얼마나 지쳐 있을까.’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심영준은 시험만 끝나면 바로 송찬미에게 자신의 진짜 집안 사정을 털어놓고 엄마 병원비도 보태주고 비싼 선물도 사주면서 마음을 달래주리라 다짐했다.
2년 넘게 사귀면서 송찬미에게 제대로 된 선물 하나 한 적이 없었다.
이 생각에 심영준은 갑자기 죄책감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그는 곧장 카톡을 켜 명품 매장 두 곳에 연락해 시즌 신상 가방과 코트를 주문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속 죄책감이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
12월 14일, 강릉에는 폭설이 내렸다.
송찬미가 마지막 시험을 보고 나왔을 땐 밖은 이미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경이었다. 흰 눈에 덮인 빨간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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