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계속 이렇게 대화를 피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었다. 적어도 한 번쯤은 얘기를 나눠야 했다. 게다가 사기당한 것도, 상처받은 것도 송찬미라 두려울 게 없었다.
심영준도 자기가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잘 알아서 송찬미가 그쪽으로 얘기하면 구질구질하게 찝쩍대지 않았을 것이다.
송찬미는 심영준의 차에 올랐다. 심영준은 한 클럽을 찾아 송찬미와 함께 룸으로 향했다.
“그래서 왜 찾아온 건데?”
송찬미가 아무 표정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
“찬미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 버리지 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심영준의 떨리는 목소리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무서운지를 말해줬다. 송찬미가 매몰차게 거절하고 다시 사라져 버릴까 걱정한 것이다.
송찬미는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며 그런 심영준을 쏘아봤다.
“늦었어.”
심영준은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아프다는 건 나도 들었어. 치료비는 내가 책임질게.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 다 할게.”
송찬미가 눈꺼풀을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필요 없어.”
“찬미야. 이러지 마...”
심영준이 앞으로 다가가 팔을 잡으려 했지만 송찬미가 옆으로 피하며 차갑게 말했다.
“심영준. 내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건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어. 온갖 가난한 척은 다 하면서 내게 사기 치고 감정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허선영과 바람까지 피웠지? 하지만 이제 신경 안 써. 내가 바라는 건 네가 지나간 일은 잊고 내 앞에서 꺼져주는 거야.”
“안돼...”
심영준의 눈빛이 서글퍼 보였다.
“난 못해...”
소파에 앉은 송찬미는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계속 이렇게 찝쩍댄다면 우리 남편이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순간 심영준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남편? 너 결혼했어?”
“응.”
심영준의 반응에 비해 송찬미는 표정이 몹시 태연했고 말투도 덤덤했다. 가방에서 반지 함을 꺼낸 송찬미는 심영준에게 열어 보이며 잔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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