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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방세린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에 쫓긴 채 어둠 속을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빛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그곳에 키가 크고 잘생긴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하태원이었다. “태원 씨!” 방세린이 구세주를 본 듯 손을 뻗었지만 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다시 그녀를 어둠 속에 밀어 넣었다. “방세린...” 천천히 눈을 뜨자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세린아, 정신이 들어?” “태... 태원 씨...” 그 소리에 남자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방세린은 그제야 눈앞의 남자가 위준우라는 걸 알았다. “고열로 꼬박 하루를 잤어. 지금은 좀 어때?” 방세린은 지난밤의 일을 곧 기억해냈다. ‘기절하기 전에 봤던 사람이 준우 선배였구나.’ 그녀가 웃으면서 답했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심하게 쉬어있었다. 위준우가 물을 따라주자 손등에 링거 바늘이 꽂혀있다는 것도 잊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바람에 바늘이 움직여 피가 역류했다. 위준우는 그녀의 행동을 막고 컵을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내가 먹여줄게.” 지나치게 친밀한 행동이었지만 방세린은 그의 표정이 덤덤한 걸 보고 딱히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하태원이 쏜살같이 달려 들어왔다.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이 냉기로 변해버렸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 하태원이 위준우를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깜짝 놀란 방세린은 물을 마시다 사레가 들려 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는 못 본 척하면서 방세린의 손목을 잡고 다시 물었다. 방세린이 더욱 심하게 기침했고 핏기 하나 없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더는 볼 수 없었던 위준우가 하태원의 손을 잡았다. “세린이 어젯밤에 비를 맞아서 폐렴에 걸렸어요. 손부터 놓으시죠.” “비를 맞았다고? 어젯밤에 이 기사님더러 집에 데려다주라고 했는데 왜 비를 맞아?” “그건 대표님한테 여쭤봐야겠죠.” 위준우가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하태원이 당황해하며 방세린을 힐끗 쳐다봤다. ‘설마... 어젯밤에 나랑 주아의 일을 알게 된 거야?’ 겨우 진정한 방세린이 덤덤하게 설명했다. “어젯밤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기사님더러 먼저 가시라고 했어. 그러다 비를 맞았는데 마침 준우 선배가 지나가다가 날 병원에 데려다준 거야.” 하태원은 방세린의 얼굴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껴안았다. “미안해, 세린아. 내가 괜한 질투를 했어.” 위준우는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굳은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섰다. 하태원은 병원에 남아 방세린을 간호했다. 방세린이 그만 들어가 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사과를 깎았다. “내 여자친구의 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그는 하루 종일 방세린의 옆을 지키며 세심하게 간호했다. 방세린이 담백한 음식만 먹을 수 있었기에 안정희에게 닭죽을 끓여 병실로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입가에 가져가 후후 불어 온도를 맞춘 후 방세린에게 먹여주었다. 약을 바꾸러 온 간호사가 마침 이 광경을 목격하고 방세린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남자친구분이 정말 자상하시네요.” 방세린은 그저 조용히 창밖의 먼 곳을 바라보면서 창백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의 모습에 하태원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세린아, 아직도 화 안 풀렸어? 내가 그렇게 한 것도 다 널 너무 아껴서 그런 거라는 걸 알잖아. 그럼 이렇게 하자. 며칠 동안 병원에서 간호해줄 테니까 제발 화 풀어, 응?” 하태원이 그녀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바라보자 방세린은 그저 말없이 손을 빼냈다. “졸려. 좀 자야겠어.” 저녁이 되었는데도 하태원은 정말로 떠나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병실에 간이침대까지 준비한 걸 보면 정말 여기서 잘 생각인 듯했다. 어둠 속에서 하태원이 고개를 돌려 방세린에게 말했다. “세린아, 내가 여기서 지켜줄 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 한밤중에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기침하다 깨어났다. 하태원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방세린이 고개를 돌렸다. 달빛이 하태원의 간이침대에 쏟아졌는데 잔뜩 헝클어진 이불만 놓여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기침하면서 웃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왜 웃음이 나오는 거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어리석었나 봐.’ 그 후 며칠 동안 하태원은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송주아의 소식은 끊이지 않았다. 하루는 송주아에게 탐스럽게 핀 장미꽃다발을 선물했고 다음 날에는 송주아를 위해 드론 쇼를 준비했다. 하늘을 도화지 삼아 드론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그녀와 하태원의 이름을 나란히 새겼다. 가장 최근 소식은 하태원이 직접 그녀에게 약혼반지를 끼워줬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방세린에게 돈을 보내기까지 했다. [내가 없을 때 나 대신 태원 오빠 심심풀이해준 보상이라고 생각해.] 퇴원하는 날 간호사가 방세린이 혼자 있는 걸 보고 그녀에게 물었다. “가족분한테 데리러 오라고 안 하셨어요? 남자친구분은요?” 방세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헤어졌어요.” 그러고는 당황한 간호사를 뒤로한 채 병원을 나섰다. 졸업 절차가 모두 끝났고 유학 신청도 통과되었다. 방세린은 더 이상 이 도시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운조 힐스로 돌아가 보니 인부들이 작은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세린은 정원에 활짝 핀 장미꽃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싹 다 밀어버리세요.” 이 장미꽃은 전에 하태원이 직접 그녀를 위해 심은 것이었다. 무심코 장미꽃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정원에 장미꽃을 가득 심었고 이 장미꽃을 보면 그녀가 생각난다고 했다. 하지만 하태원에게는 그만의 장미가 있었기에 이 장미는 이제 필요가 없었다. 모든 일을 끝마친 후 방세린은 당일 옆 도시로 가는 티켓을 끊어 미련 없이 운성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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