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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도유환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전화를 받았다. 정해은의 유약하면서도 그에게 의지하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환 씨, 나 지금 머리가 어지럽고 상처도 쓰라린데 혼자 병원에 있어서 너무 무서워요...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 예전이었다면 그 목소리를 듣고 모든 일을 미뤄두고 곧장 그녀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유리창 너머 조금 전 밤하늘 속으로 모습을 감춘 비행기의 빛을 바라보던 도유환은 처음으로 아주 살짝, 그래서 본인조차 인지 못 한 짜증이 불쑥 치밀어올랐다. 그는 잠깐 침묵했다가 결국엔 승낙했다. “응, 금방 갈게.” 병원 VIP 병실에 도착했을 때 정해은은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살짝 창백했는데 도유환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기쁜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유환은 침대 옆에 앉았고 정해은은 그에게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도유환은 그녀의 말에 집중하지 못했다. 정해은은 도유환이 평소와 다르게 침묵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환 씨, 혹시... 하루 걱정하는 거예요? 아빠한테서 들었어요. 해외로 떠났다고. 하루가 성격이 좀 거친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 큰 사고를 쳤으니 해외로 나가서 기분 전환 좀 하다가 마음이 풀리면 다시 돌아올 거예요...” “하루 얘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도유환은 덤덤하게 정해은의 말을 끊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해은은 잠깐 당황했다가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기 어린 눈빛을 해 보였다. 정해은은 몰랐다. 그녀가 잠이 든 뒤 도유환이 휴대폰을 꺼내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비서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하루가 해외에서 뭐 하고 지내는지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해.] 그러나 발송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도유환은 멈췄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일까? 그들은 한때 섹파였지만 이미 끝난 관계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순간 도유환은 깊은 자기혐오를 느꼈다. 도유환은 손가락을 움직여 빠르게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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