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아빠, 엄마! 저 왔어요!”
정명진과 조금 전 감정을 추스른 계모는 곧바로 들뜬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정해은에게 안부를 묻고, 도유환을 대할 때는 굽신거리며 그를 깍듯이 대했다.
도유환은 정하루를 발견한 순간 티 나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정하루가 정해은의 여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 듯했다.
식사할 때 긴 테이블에 정해은과 도유환이 같은 편에 앉고 정하루는 그들의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하는 내내 정하루는 도유환이 정해은을 위해 음식을 집어주고, 새우를 까주고, 자연스럽게 티슈로 정해은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걸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선경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해은아, 도 대표님과는 어쩌다가 알게 된 거야? 엄마한테 얘기해 봐.”
정해은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선 파티에 참석했다가 고양이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걸 보고 고양이를 도와주려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그대로 떨어질 뻔했는데 그때 유환 씨가 저를 받아줬어요... 그 뒤에는 유환 씨가 저한테 먼저 연락처를 물어봤어요.”
정해은은 그렇게 말한 뒤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도유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하루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해은은 어렸을 때부터 작은 동물들을 싫어했고 심지어 정하루가 키우던 고양이도 학대해서 죽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정해은이 고양이를 구하려고 했다니.
일부러 그런 짓을 꾸몄거나 그 고양이를 구한 뒤 학대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정하루의 비웃는 소리에 사람들은 그녀를 바라봤다.
정해은은 안색이 살짝 달라지더니 웃으며 물었다.
“하루 너는 그동안 남자 친구 사귀었어? 언제 한 번 우리한테 소개해 줄래?”
정하루는 입꼬리를 올리며 화려한 미소를 지었다.
“데려오라고? 그건 안 돼.”
정해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왜?”
정하루는 오만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도유환을 바라보더니 이내 정해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너무 많으니까 그러지. 난 누구랑은 다르게... 3년에 한 명씩 데려올 정도로 매력 없지는 않으니까. 나는 있잖아.”
정하루는 일부러 끝 음을 늘리며 마치 구미호처럼 말했다.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한 트럭이라서 그 사람들을 다 데려오기는 힘들어.”
“정하루!”
정명진은 화가 난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고 임선경도 감정이 격해져 가슴팍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했다.
정해은은 속상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가련하게 도유환을 쳐다보았다.
도유환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로 손을 닦은 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식탁 위에 놓인 정해은의 손을 잡았다.
“해은이는 다른 사람보다 매력적일 필요가 없죠. 제 마음속에 해은이보다 매력적인 여자는 없으니까요. 해은이는 다른 여자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제게는 최고예요.”
그 말은 마지막 선고처럼 정하루를 끝없는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정해은은 울려다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도유환의 손을 잡으며 행복하면서도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정하루는 그들의 맞잡은 손을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느꼈다. 너무 괴로워 하마터면 도도한 척, 오만한 척하는 연기를 이어가지 못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