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도유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호숫가로 걸어가 정하루를 향해 손을 내밀며 억눌린 분노가 담긴 음성으로 말했다.
“정하루! 어서 올라와!”
정하루는 도유환의 손을 뿌리치고 계속해 목걸이를 찾았다.
그러다 손끝에 차갑고 딱딱한 것이 만져지자 곧바로 엄청난 보물을 얻은 듯이 그것을 손에 꼭 쥐고 그제야 온몸이 젖은 채 호수에서 빠져나왔다.
도유환은 그제야 정하루가 호수로 뛰어든 이유가 아주 작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심지어 조금 낡아 보이는 목걸이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유환은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정하루의 팔을 잡고 말했다.
“수백억짜리는 그냥 기부해 버리더니 겨우 이딴 걸로 목숨까지 버리려고 해?”
정하루는 도유환의 손을 힘껏 뿌리친 뒤 추위와 격해진 감정 때문에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도유환 씨예요. 그러니까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요. 나한테 관심 두지도 말고, 말 걸지도 말고...”
정하루는 도유환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알겠어요? 형부!”
도유환은 그 호칭에 순간 멍해지면서 동공이 흔들렸다. 그가 입을 열려는데 정해은이 다가와서 의기양양한 얼굴로 가련하게 말했다.
“하루야, 날 위해 목걸이를 찾아줘서 고마워.”
정해은은 정하루가 꼭 쥐고 있는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정하루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이건 내 거야.”
정해은은 억울한 얼굴로 도유환을 바라보았다.
“유환 씨, 이건 우리 엄마가 준 거라...”
도유환은 정하루의 고집스러운 모습과 정해은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정하루의 손목을 힘껏 쥐었다.
“놔.”
도유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강압적으로 말했다.
“싫어요.”
정하루는 빨개진 눈으로 도유환을 노려보았다.
도유환은 손에 힘을 꽉 주며 정하루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기 시작했다.
“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정하루는 아파서 앓는 소리를 냈다.
도유환은 정하루의 손목을 부러뜨렸다.
엄청난 통증에 정하루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차갑고 잔혹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정해은은 그 기회를 틈타 목걸이를 가로채더니 우쭐한 눈빛으로 정하루를 힐끗 본 뒤 도유환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환 씨, 우리 안에 들어가서 겉옷 챙기고 떠나요.”
도유환은 고개를 끄덕인 뒤 복잡한 눈빛으로 아파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정하루를 바라보다가 끝내 몸을 돌려 정해은과 함께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머리 위 무거운 조명 장치가 갑자기 정해은을 향해 추락했다.
도유환은 아주 빠르게 정해은을 밀어냈지만 정해은은 끝내 조명 장치 변두리에 뒤통수를 맞았다.
“해은아!”
도유환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곧바로 정해은을 안아 들고 빠르게 주차장으로 달려가 병원으로 정해은을 보냈다.
한편, 정하루는 부러진 손목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아파서 기절할 것 같을 때쯤 선량한 행인을 만나 그와 함께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의사는 정하루의 상태를 보고 탄식했다.
“대체... 어떤 잔혹한 놈이 사람을 이 꼴로 만든 거예요?”
정하루는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나 손목의 통증보다 마음의 통증이 그녀를 더 괴롭게 했다.
의사는 상처가 심각해 며칠 입원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정하루는 어쩔 수 없이 입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입원 병동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유환이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병실로 찾아왔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웠고 눈빛은 당장이라도 정하루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이 섬뜩했다.
“정하루. CCTV 다 확인했어. 네가 거기 직원에게 돈을 주며 일부러 조명 장치를 떨어뜨려 해은이를 죽이려고 한 거잖아. 맞지?”
정하루는 어이없는 상황에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대꾸했다.
“아니에요!”
“너 말고 해은이에게 그렇게 큰 악의를 품은 사람은 없어. 정하루, 내가 널 얕봤어. 너는 진짜 법 따위 안중에도 없고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구나?”
“난 그런 적 없다고 했어요. 사람 모함하지 마요.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요.”
“모함?”
도유환은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대로 혼나지 않으면 절대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겠네.”
도유환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에게 지시했다.
“경찰에 연락해서 정씨 가문 둘째 아가씨 정하루에게 상해죄 혐의가 있다고 전해... 그리고 사람을 보내 며칠 동안 구치소에 가둬. 정신 차리게.”
“도유환 씨!”
정하루는 충격받은 얼굴로 도유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도유환이 인맥까지 동원해 자신을 가두려고 할 줄은 몰랐다.
정하루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설명해도, 울부짖어도 소용없었다.
이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병실로 찾아와 극구 말리는 의사의 설득과 정하루의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그녀를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