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대들보에 깔린 주지한은 제때 치료를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심각한 부상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충섭과 진서희는 상처투성이인 주지한을 보고 옆에 있는 서유진에게 화풀이했다.
“네가 화근이야. 네가 있어서 지한이 자꾸만 사고를 당하는 거라고. 지한은 왜 하필 너를 좋아한건지. 여진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지한이 기억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왔다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진성희가 통곡했다.
“지한과 여진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우리 주씨 가문이 잘못했지...”
여진, 그리고 지니라는 이름이 주지한의 머릿속에서 불꽃처럼 팡 터지며 정교한 얼굴 한 장이 떠올랐다.
어린 송여진은 다급하게 주지한의 상처를 치료해 주며 분명 욕이지만 울먹이며 말했다.
“누가 센 척하래. 주지한, 너 죽을 뻔했어. 알아, 몰라?”
두 사람은 어두운 골목길에 앉아 있었다. 주지한은 눈물범벅이 된 송여진을 보고 하루라도 빨리 성장해 송여진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송여진이 18살 되던 해 주지한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스카이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 아래 이렇게 고백했다.
“나 너 좋아해도 돼?”
주지한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찼지만 소녀는 눈동자마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미 좋아하는 거 아니야?”
순간 주지한은 심장이 목구멍에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다 장면이 해당 나무 아래 주지한이 송여진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별빛 아래 행복하게 미래를 그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추억이 담긴 해당 나무가 불에 활활 타올랐다.
주지한은 눈앞에서 송여진과 관련된 물품이 하나둘 불에 타서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 함께 작성한 여행일지, 그리고 주지한이 프러포즈하려고 만든 노리개가 있었다.
얼른 불 속으로 뛰어들어 불을 끄고 싶었지만 주지한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그것들이 타서 재로 없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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