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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이자는 10배

“지은아...” 손아영은 돌아서 신지은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신지은에게 카드를 내놓게 할 핑계를 찾으려던 참이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지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옆 매장 좀 둘러보고 있을 테니까 계산 끝내고 와.” 말을 마친 신지은이 매장을 떠났다. 직원이 남겨진 손아영 앞에 새 계산서를 내밀었다. “고객님, 총 7억 7천만 원입니다. 일시불로 해드릴까요? 할부로 해드릴까요?” ‘7억 7천이라고? 왜 아직도 이렇게 많아?’ 손아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직원은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자 혹시나 번복할까 봐 다시 입을 열었다. “고객님?”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이번 달 아버지께서 카드에 한도를 두셨어요. 하지만 제 가장 친한 친구한테 줄 선물인데 할부해서라도 사야죠.” 손아영의 머릿속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당장 눈앞의 난관을 해결할 방법이 보였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 돈 없으면 그냥 없다고 하지. 무슨 저딴 변명을 찾아?” “나 할부로 옷 사는 사람 처음 봐. 너무 웃겨.” “제일 불쌍한 건 그 친구 아니야? 평소에도 등골 꽤 빼먹혔나 본데?” 다른 사람들의 조롱을 들은 손아영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지금 도망치면 오늘 신지은과 함께 쇼핑하러 나온 계획이 수포가 돼 버린다는 생각에 겨우 참았다. “내가 일시불로 사든 할부로 사든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 어떻게든 사면 됐지.” 손아영은 분노에 찬 눈으로 조롱하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다시 직원에게 할부를 서둘러 해달라고 재촉했다. 신지은은 매장 밖에서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손아영, 이건 시작일 뿐이야. 지금까지 가져간 건 열 배로 돌려받을 거야.’ 몇 분 뒤, 손아영은 굳은 표정으로 계산을 마치고 매장 밖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신지은를 따라다니면 빚더미에 앉게 될 게 뻔했다. 신지은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손아영은 신지은이 반대편 국제 명품 브랜드 매장 안에 서 있는 걸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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