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파멸의 전조
신지은은 매장을 나서 몇 걸음 가지도 않아 한 남성복 매장의 쇼윈도 앞에 멈춰 섰다.
그 안에는 짙은 블루 컬러의 고급 맞춤 수트 한 벌이 전시되어 있었다.
간결하지만 정교한 원단의 짜임, 절제된 디테일과 세련된 감각, 특히 버튼과 브로치의 조화는 어느 하나 허투루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 순간 신지은의 머릿속에 강인호가 떠올랐다.
‘이 옷, 인호 오빠가 입으면 훨씬 더 멋질 텐데...’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곧장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쇼윈도에 걸린 저 수트 혹시 사이즈 있나요?”
강인호의 치수를 불러주자 직원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수트를 가지러 갔다.
신지은은 그사이 매장을 돌아보며 수트에 어울릴 넥타이와 커프스 단추까지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민유한과 손아영이 뒤늦게 따라 들어왔다.
두 사람의 눈에 보인 건 남성용 커프스 단추 두 쌍을 손에 들고 진지하게 비교하는 신지은의 뒷모습이었다.
눈빛을 교환한 두 사람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민유한은 신지은과 사귀게 된 이후로 의복이며 생활 전반을 신지은에게 맡겨왔다.
‘분명 나를 위해 고르는 거겠지.’
“봐, 돈 쓴 보람 있잖아. 신지은이 널 용서한 거야.”
손아영이 나지막이 속삭이자 민유한은 턱을 치켜들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뭐랬어. 신지은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내가 조금만 달래주면 금방 꼬리 흔들면서 다시 돌아오는 여자야.”
남성복 매장 안에서 여전히 커프스를 고르는 신지은을 바라보는 민유한의 눈동자에는 자신감과 오만이 가득했다.
뭔가 생각난 듯 민유한은 핸드폰을 꺼내 신지은의 뒷모습을 살짝 찍어 곧장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네가 여전히 날 사랑하고 있을 줄 알았어.]
모든 걸 끝내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민유한은 곧장 신지은 옆으로 다가가 다정한 표정으로 칭찬을 건넸다.
“역시 우리 자기 안목이 최고야. 이 두 개 다 나한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그의 눈빛에 담긴 우쭐함을 본 신지은은 속으로 비웃었다.
‘쓰레기보다 못한 주제에 감히 내 선물을 바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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