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보이지 않는 불씨
‘지금 캐묻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어차피 돌아오는 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대답뿐일 텐데...’
“밥 먹자.”
강인호는 고개를 숙여 모든 감정을 눈 속 깊숙이 감춰버렸다.
평소 강인호의 차분하고 냉정한 얼굴 때문인지 신지은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식사 자리에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신지은은 먼저 말을 걸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지만 강인호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답했다.
“맞다, 오빠. 나 내일 동창회 가야 해.”
“동창회?”
젓가락질을 멈춘 강인호는 며칠 전 소백현의 보고 내용을 떠올렸다.
신지은의 태도 변화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었는데 그 보고 내용이 머릿속을 스치자 강인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대표님, 민유한이 대표님께서 신지은 씨와의 결혼을 반대하실까 봐 손아영과 짜고 동창회를 꾸몄습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결혼 발표를 하고 기자들을 불러 기정사실화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 내막을 알지 못하는 신지은은 갑자기 표정이 싸늘하게 변한 강인호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신지은은 곧 자신이 방금 한 말을 떠올리고 이유를 짐작했다.
“오빠, 혹시 내가 동창회에 가는 게 싫은 거야?”
신지은이 조심스레 강인호를 바라보며 묻자 강인호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강인호의 눈동자는 부서진 거울처럼 그 안에서 끝없는 실망과 고통이 비쳤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강인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민유한이랑 동창회에 가는 걸 막지 못하게 하려고 오늘 이렇게 노력한 거였어? 그 자리에서 결혼을 발표하고 기자들을 불러 세상에 떠들어서 내가 네 명성을 위해서라도 마지못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할 거라고 생각한 거냐고!”
마지막 문장은 거의 이를 악문 채 내뱉은 절규였다.
손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젓가락이 부러지며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붉은 피가 스멀스멀 번져 나왔지만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한 듯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무너뜨릴 대답이 나오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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