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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이제 그만 나가

신지은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임원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내쫓으라고 소리치는 걸 듣고 있었다. 심지어 강인호를 협박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자 그녀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손바닥을 세게 꼬집으며 그 고통으로 정신을 붙잡으려 했다. 이럴 때일수록 흔들리면 상황은 더 악화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인호를 바라보았다. “인호 오빠, 왜 이런 물건들이 내 몸에서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걸 산 적 없어. 내 계좌 내역을 조회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반박이 터져 나왔다. “당신이 직접 산 게 아니라 누군가를 시켰을 수도 있잖아요?” “신지은 씨, 더 이상 여기서 변명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있어요.” “맞아요. 회사에 오는 일도 거의 없잖아요. 대표님이 아니라면 회사 일에 관심도 없을 사람 아닌가요?” “우리도 처음에는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온 줄 알았지만 대표님이 당신을 믿어준 덕에 우리는 또 헛수고했네요.” 그 비난들이 쏟아질수록 신지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억울함에 목이 메고 가슴이 미어졌다. 이번 일만큼은 정말 그녀가 한 게 아니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가 붉어졌다. 신지은은 회의실 맨 앞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인호 오빠...” 강인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왼손으로 오른손의 시계를 천천히 만질 뿐이었다. 낮게 드리운 속눈썹 사이로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 신지은의 불안은 한층 더 짙어졌다. “대표님, 김 비서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무런 이상 없답니다.” 소백현의 보고가 들려왔다. 그 말을 들은 신지은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그녀는 흥분한 나머지 곧장 강인호 옆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인호 오빠, 거봐. 내가 배신한 게 아니야!” 강인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분노도, 원망도, 심지어 연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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