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핸드폰을 든 문정우는 침대에 누운 여자를 한번 보고서 침묵했다. 결국 성지원을 만나기로 했다. 문정우가 방을 나서자마자 백설희는 눈을 떴다.
한참 후 성지원은 문정우를 보게 되었다.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린 성지원은 멀리서 다가오는 문정우를 보았다. 문정우는 대문 앞에 멈춰 섰다. 그녀와 문정우 사이의 거리는 고작 몇 미터였지만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중간에 거대한 싱크홀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성지원의 모습은 기품이 흘러넘쳤고 단아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문정우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안중에 백설희뿐이라 더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말해.”
문정우는 전처럼 온화한 눈빛으로 성지원을 보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에는 더는 애정과 인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성지원은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참 침묵한 후에 입을 열었다.
“내가 방금 하...”
“아악!”
성지원이 입을 열자마자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 비명의 주인은 백설희였다. 혼자서 넘어지고 만 것이다. 곧이어 백설희는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문정우를 보자 문정우는 바로 몸을 돌려 백설희에게 다가갔다.
“왜 나왔어. 다친 데 봐봐.”
백설희의 눈가가 붉어지고 두 눈에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눈을 떴는데 오빠가 없어서 무서웠어. 오빠,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문정우는 그런 백설희의 등을 토닥여주며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약속할게.”
말을 마친 문정우는 백설희를 안아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등 뒤로 들려오는 성지원의 목소리에 그제야 문정우는 성지원이 자신을 찾아왔음을 떠올렸다.
“문정우.”
문정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백설희가 옷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예쁜 얼굴로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구기더니 아주 가련한 모습을 하며 말했다.
“정우 오빠, 나 너무 아파.”
인내심이 사라진 문정우는 몸을 돌려 성지원을 보며 짜증을 냈다.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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