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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억지로 애써 붙든 침착함이 단숨에 무너져버리자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 내 표정이 너무 진지했던 탓일까. 백민준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말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예전의 지연 씨라면 분명 기꺼이 말했을 텐데요.” 나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대답했다. “제가 변했나 봐요. 안 돼요?” “지연 씨답지 않네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예전의 지연 씨는 윤성이한테 연민을 살 수 있는 기회라면 절대 놓치지 않았잖아요.” 백민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 “이렇게 불쌍한 척하는 거 한두 번 써본 게 아니잖아요.” 나는 이를 꽉 악문 채 말했다. “그래요?” “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써서 약발이 떨어진 거죠. 그래서 윤성이도 더는 신경 안 쓸걸요.” 나는 그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일 그냥 비밀로 해요. 어차피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 테니까요.” 백민준은 마치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묘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 많이 변했어요. 전과는 전혀 달라요.” “그래요?” 나는 자세히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깊게 파인 자국이 죽고자 했던 결심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며칠째 그 상처를 외면해 왔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없지만 스물다섯의 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절망 끝에서 죽음을 택하려 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백민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많은 걸 잊은 것 같다는 거죠.”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고 얼굴빛이 살짝 굳었다.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뭐, 어차피 즐거운 기억도 아니었으니까.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백민준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죠. 윤성이랑 잘살아 봐요.” “이제 쓸데없는 소란 피우지 말고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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