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박윤성이 무의식적으로 내 손을 잡으려 들었지만 나는 먼저 몸을 빼며 피했다.
“송지연!”
그가 짙은 분노가 섞여 있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자 박영훈도 내 쪽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아직 가라고도 안 했는데 왜 벌써 나가는 거야!”
불쾌함과 분노가 고스란히 실려 있는 그의 말투에 나는 걸음을 살짝 늦췄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조민서가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괜찮아요, 할아버지. 지연 씨가 제가 오는 걸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진 것 같아요.”
그녀는 그 말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내려놓고는 마치 억울한 듯 말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저 그만 가볼게요...”
그러자 박영훈은 곧장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있는데 누가 널 쫓아낼 수 있겠냐!”
지팡이가 바닥을 세차게 두드리며 툭툭 소리를 냈다.
“여긴 내 집이다. 내가 네 할아버지한테 약속했다. 내가 있는 곳은 곧 네 집이다! 나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저년이다!”
이름만 말하지 않았을 뿐, 그 말은 명백히 나를 겨냥한 것이었다.
나는 그를 무심히 흘긋 바라보고 대꾸했다.
“그럼 민서 씨를 남겨두세요. 애초에 제가 여기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대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까지 날 깎아내렸는데 내가 남아 있을 이유가 대체 뭐람?’
그때 조민서가 마치 억울한 듯 울먹였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전 정말 그런 뜻 아니었어요. 두 분이 싸우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저 때문에 요즘 윤성 오빠랑 지연 씨가 자꾸 다투시는 것 같아서 더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진심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진심으로 우리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았다면 애초에 오지 않았겠죠. 지금 와서 이런 척은 왜 하는데요?”
내 말에 박영훈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마치 괴물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송지연! 난 네가 그저 가벼운 처신만 하는 속 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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