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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박윤성의 와이프라는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나는 마치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앞다투어 조민서에게 잘 보이려 아부하느라 바빴다. 박윤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조민서의 비위를 맞추는 게 최우선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기분이 좋아야 박윤성도 가만히 있으니까. 심지어 외부 사람들조차 박윤성의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가 바로 조민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박윤성의 와이프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뿐 처참할 정도로 초라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단 하나, 박윤성이 왜 아직까지 나와 이혼하지 않느냐는 것뿐이었다. 설미정이 조민서의 손을 덥석 잡고는 열렬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조민서는 곁눈질로 박윤성을 한번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눌러 내렸다. 조민서는 겉으로 보기엔 늘 그렇듯 관대하고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많이 나아졌어요. 괜찮아요. 의사도 흉터는 안 남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설미정은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해. 여자 얼굴은 정말 소중한 거니까!” 조민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설미정은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는 내가 어릴 적부터 봐온 아이들이야. 민서야, 나는 널 딸처럼 생각해. 그러니까 나중에라도 인우가 너한테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꼭 아줌마한테 말해. 아줌마가 제대로 혼내줄게!” “감사합니다, 아줌마...” 박윤성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조민서는 그야말로 태도 하나하나가 정숙하고 단정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예법을 갖춘 가문의 아가씨 같았고 사람들의 눈엔 그저 기품 있게 보였을 것이다. 그 옆에서 고인우가 콧방귀를 뀌며 비웃듯 짧게 소리를 내자 이를 지켜보던 고준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그를 꾸짖었다. “서 있든 앉아 있든 자세를 똑바로 해! 하루 종일 그 클럽이 어쩌고저쩌고! 너도 윤성한테 좀 배워라, 좀!” “윤성이는 너희 중에 모범이야. 너희가 윤성이 실력 반만 닮아도 나는 소원이 없겠다!” 고인우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왜 자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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