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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나도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몇 조각의 기억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정말로 모든 기억이 돌아온다면 얼마나 큰 악몽이 나를 덮칠까... 상상조차 하기 싫어.’ 나는 있는 힘껏 박윤성의 손을 뿌리쳤다. “놓으라고!” 그는 처음엔 놓지 않으려 했지만 내가 쓰러질 각오로 밀쳐내자 그제야 손에 힘을 풀었다. 나는 휘청거리다가 겨우 몸을 바로잡자마자 곁에 있던 고인우가 내 팔을 붙잡았다. “조심...” 그와 동시에 박윤성의 손이 나의 다른 팔을 붙잡았다. 두 남자의 시선이 부딪히며 공기는 단숨에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기운이 있었더라면 나는 두 사람을 호되게 혼냈을 것이다. 특히 박윤성을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리가 점점 풀려가던 찰나 고인우가 먼저 손을 살짝 놓았고 박윤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를 당겨 공주님 안기를 했다. 그리고 고인우를 잠시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또다시 대립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말이 들려왔다. “두 번이나 구해줬네.” 박윤성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너한테 빚졌어.” 나에게 머문 고인우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네가 그 빚을 갚을 필요는 없어. 빚을 졌다고 해도 네가 아니라 송지연이 졌지.” 박윤성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 병실 안, 나는 침대에 누워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민준이 진료를 위해 들어왔다. 박윤성은 침대맡에 앉아 있었고 고인우와 소은하도 병실로 들어왔다. 박윤성은 그들을 슬쩍 바라봤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나가라고 했을 그가 지금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박윤성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약간 조급했고 그 눈빛은 여전히 깊고 어두웠다. 백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네가 제대로 듣지 않아놓고 왜 이제 와서 또 나한테 물어?” 박윤성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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