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2화
그렇게 말하는 여름의 눈에서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여름이 울자 하준은 당황했다. 마음도 너무 아팠다.
“울지 마. 난 당신을 괴롭힌 게 아니야. 그냥 입을 맞추고 싶었을 뿐이야. 키스가 싫으면 안 하면 되지.”
뒤로 가면서 하준은 억울하다는 듯 세상 불쌍한 얼굴을 해 보였다.
여름은 그 틈을 타서 하준을 확 밀쳐 멀리 떨어졌다. 다시는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준은 앉아서 왼손으로 힘겹게 단추를 잠갔다.
여름은 다시는 하준에게 희롱을 당하고 싶지 않아 아예 나가 버렸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보고서를 읽었다. 그러나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입가에 아직도 남아있는 하준의 온기가 여름을 더욱 무겁게 누르는 족쇄가 되었다. 그러나 하준의 입맞춤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양유진이 신체적으로 가까워지려고 할 때면 그렇게나 어색할 수가 없는데….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래지 않아서 하준이 나왔다.
여름은 일에 집중하는 척, 하준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는 듯한 모양을 해 보였다.
지금 하준이 입만 뻥긋했다가는 그대로 하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보았던 피임약을 하준이 다시 내밀자 여름은 완전히 심장이 터질 듯 화가 났다.
“매일 와서 이딴 걸 먹일 셈이야? 어제도 먹었잖아? 이런 건 자꾸 먹으면 몸에 해롭다고!”
하준의 팔이 굳어지더니 한참 만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오늘도 양유진이랑 잘지 모르니까….”
여름은 노트북을 탁 닫았다. 한참을 아무 말이 없이 가만히 있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유진 씨 아이를 가질까 봐 이러는 거지? 그러면 이런 거 자꾸 먹으라고 할 필요 없어. 애진작에 유진 씨 애는 낳았거든.”
하준이 부르르 떨더니 웃었다.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아니거든.”
여름이 벌떡 일어서더니 결연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나랑 유진 씨 사이에는 이미 아이가 있어. 내가 나가 살 때 종종 보러 왔었거든. 둘이 한잔하다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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