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화
모든 것을 털어놓은 후, 심태호는 아쉬움 가득한 눈을 감았다.
“아쉽구나... 사랑하는 내 딸, 그 애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꿈꿨었는데...”
그날의 쓸쓸한 그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박진호는 여전히 가슴이 저릿했다.
그날 이후 박진호는 그의 마지막 부탁을 지켰다.
회사에 설치된 CCTV 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사무실 곳곳에 튀었던 핏자국을 꼼꼼히 닦아냈다. 차와 찻잔은 물론이고 사건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흔적을 철저히 지워버렸다.
심태호는 아무것도 조사하지 말라고 했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박진호는 차마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찻잎과 찻잔을 조사한 결과, 찻잎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찻잔 안쪽에 독극물이 발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찻잔은 바로 심민아가 선물한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마침내 심태호가 왜 조사하지 말라고 당부했는지 깨달았다.
그가 목숨을 다해 끝까지 숨기고자 했던 건 바로 자신의 딸이었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는 딸을 보호하고 딸을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 맡기려 한 것이었다.
박진호는 감정을 추스르며 원창욱의 질문에 담담히 대답했다.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심민아가 정말 아버지를 죽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도, 심태호도 이미 같은 선택을 했다. 심민아를 보호하기로.
“아버지를 죽인 죄는 내가 대신 짊어지면 돼요.”
그때 심민아는 방성훈의 주술에 홀려 통제되지 않는 상태였고 그녀의 본의가 아니었음을 그는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의 본의든 아니든,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를 죽였다는 진실은 무거운 바위처럼 그녀를 짓누르며 끝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 것이다.
그런 결말을 박진호가 결코 가만히 눈뜨고 지켜볼 리가 없었다.
원창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는 심태호가 숨을 거두기 직전 왜 박진호를 찾았는지 깨달았다.
세상에 자신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심민아를 사랑하는 이는 오직 박진호 한 사람뿐일 터였다.
심태호는 이미 죽음 이후를 대비해 둔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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