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화
그녀에겐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낯선 이들은 그녀의 얼굴에 무섭게 번진 검은 점을 보고 멀찌감치 피해 가기 바빴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존재는 오직 도련님뿐이었다.
민소율은 문득 뭔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
“안지원?”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얼마 전 심민아는 민소연의 부탁으로 그녀의 둘째 언니의 행방을 알아봐 주었다. 그래서 민소율은 둘째 여동생의 이름이 안지원이며 현재 경안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안지원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고향을 떠나 경안시를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 그림자는 자신의 이름을 듣자마자 몸을 돌려 달아났다. 민소율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뒤쫓았지만 결국 안지원을 놓치고 말았다.
안지원은 하씨 가문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무슨 일 있어?”
하수빈이 술잔을 든 채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안지원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좀 피곤해서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수빈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곧 부하를 불러들였다.
“오늘 민소율 집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하수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자매끼리 상봉이라도 한 건가?”
“아직은 아닙니다.”
하수빈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지시했다.
“그 집으로 사람 몇 명 보내서 문제 좀 일으켜 봐.”
안지원은 그의 가장 완벽한 칼이었다. 하수빈은 혈연이라는 것이 자신의 가장 잘 벼린 칼을 무디게 하는 것을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사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행복한 시간은 언제나 너무 빨리 지나가는 법이라 했던가.’
적어도 박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 며칠 동안 그는 모든 업무와 모임을 뒤로하고 오롯이 심민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야시장을 거닐고 함께 불닭발을 먹으러 가서 매운맛에 얼굴이 새빨개져 연신 부채질하는 그녀에게 조용히 우유를 건네기도 했다.
매일 밤 심민아는 박진호의 품에 안겨 그의 팔을 베고 허리를 끌어안은 채 잠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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