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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박태진의 목소리가 모든 소란을 중단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박태진을 향했고, 허소원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허지유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빠르게 다가갔다. ‘설마 허소원이랑 벌써 만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박태진을 향한 허소원의 시선은 아주 차가워 보였다. 그리고 허소원의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도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허지유는 허소원의 시선을 의식하며 일부러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태진 오빠, 이제야 오셨네요. 은성이는 괜찮아요?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마치 두 사람이 평범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말투였다. 그러나 박태진은 아예 무시하고 그저 다시 한번, 더 낮고 단호한 어조로 물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박태진의 목소리가 방금보다 더 무게가 실렸다는 건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송연희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긴, 키워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덤비는 녀석 손 봐주고 있었지.”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전했으며 거기엔 허소원이 자신을 협박했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지유가 착해서 저런 사람한테도 인사를 거는 거지. 나였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너랑 이혼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저런 사람을 며느리로 뒀다면 나 정말 밥도 안 넘어갈 뻔했어.” 박태진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전까지만 해도 본인 어머니가 이렇게 말을 투박하고 상스럽게 하는 걸 알지 못했었다. 허지유는 송연희가 말을 퉁명스럽게 하는 걸 들으며 기분이 꽤 좋아졌다. 게다가 오늘 허소원의 행동으로 박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허소원의 진짜 본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되었다. 배은망덕하고 살인미수라는 오명까지 씌운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니 아무리 허소원이 돌아왔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본인에게 한 번 당한 사람이니, 여전히 발밑에 있다고 생각되었다. 박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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