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박은성은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진정되는 듯 했다. 아이의 눈은 토끼처럼 빨갛게 부어올랐고 코끝마저 빨개진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이젠 괜찮아졌니?” 허소원은 다정하게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박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자신이 이런 식으로 떼를 쓴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빠와 이모를 걱정시켰으니 말이다. 이번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다음에 다시 할 수 있었고 이모가 정말 엄마가 아니더라도 괜찮았다. 조금 더 노력해서 이모가 자신과 아빠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모두가 걱정하던 질문에 답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박태진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말해봐. 솔직히 말하기만 하면 아빠가 뭐든 용서해 줄게.” 아이는 진실을 말할 수 없었기에 잠시 망설이다가 변명을 찾아냈다. “유치원 친구들은 모두 엄마가 있는데 나만 없어서...” 말이 끝나지 않았지만 허소원과 박태진은 아이의 뜻을 이해했다. 다른 아이들이 엄마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흔들렸던 모양이다. 돌아온 후 그 감정이 폭발한 것 같았다. 허소원의 가슴이 찡해졌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이유가 있을까? 박태진도 이런 이유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는 태어나서부터 박태진의 손에서 자라왔기에 늘 차분하고 착한아이여서 엄마를 찾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박태진 마음속의 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는 아이를 탓할 마음도 없었다. 박은성은 고작 다섯 살인 어린아이였다. 그가 이 부분을 소홀히 했던 거다. 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괜찮아요. 아빠를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박은성은 아빠의 손을 잡아끌며 애교를 부렸다. 그 순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엄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박태진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착하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