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9화 가식 모드
소은정의 대답에 전동하도 살짝 안심하긴 했지만 왠지 찜찜함은 지울 수 없었다.
어젯밤에는 분명 평소와 달랐단 말이야... 다른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지?
소은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과 달리 전동하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음침했다.
“은정 씨, 난 은정 씨가 물으면 뭐든 솔직하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은정 씨도 나한테 그 무엇도 숨기지 말아줘요. 네?”
전동하의 진지한 얼굴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술 취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동하 씨가 파산 위기라는 소리도 그 인간한테서 들었고... 그렇게 힘든 상황이면서 나한테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동하 씨한테 왠지 심통이 났었나 봐요... 미안해요...”
말을 하면 할 수록 소은정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전동하의 눈동자에도 죄책감이 서렸다.
“미안해요. 내가 진작 말해 줬어야 하는 건데.”
“솔직히 걱정보다는... 나한테 숨긴 게 괘씸해서 화냈던 거예요.”
그녀의 잔머리를 넘겨주던 전동하의 손이 살짝 떨려왔다.
“정말 걱정 안 했다고요? 나 파산하면... 은정 씨랑 결혼 못할 수도 있는데요?”
어느새 장난스럽게 변한 전동하의 목소리가 소은정의 귀를 파고들고 그녀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심장아, 나대지마... 거리도 가까운데 진짜 들키면 어쩌려고.
빨개진 귀를 괜히 만지작거리던 소은정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누가 동하 씨랑 결혼해 준대요? 그리고... 최악의 경우 정말 동하 씨가 파산한다 해도 내가 동하 씨 하나 못 먹여 살릴까 봐요?”
왜 이래 나 소은정이야. 내가 내 남자 한 명 못 케어할까 봐?
소은정의 대답이 예상 밖이었는지 전동하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내가 깜박했네요. 은정 씨가 나보다 더 부자였죠? 말 하는 것만 봐서는 거의 세계 1위 부자인데요?”
“세계 1위는 좀 오버죠...”
...
소은정은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한 전동하가 쓰러질까 봐 얼른 쉬라며 등을 떠밀었지만 소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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