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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참견하지 마

약기운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소은정 역시 눈을 번쩍 떴다. 다음 순간, 어두운 방 안으로 장정 몇 명이 쳐들어왔다. 그중 한 명은 사격장에서 그녀가 타깃으로 잡았던 남자도 있었다. 먼저 얼굴을 알아본 소은정이 어둠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남자의 눈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남자는 짐승을 잡 듯 거친 손으로 여자 한 명의 뒷덜미를 잡았고 곧 여자는 질질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 방에서 끌려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건지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공간을 꽉 채웠다. 이에 남자가 짜증스레 천장을 향해 총을 쐈다. “탕!” 이에 여자들은 겁에 질린 채 입을 틀어막았다. “짜증 나게. 데리고 가.” 바닥을 쓸며 끌려가는 여자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남은 여자들은 다음에는 나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한바탕 소동이 일고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편 이 모든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소은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습하고 더운 기후임에도 발끝부터 한기가 타고 올랐다. 곧이어 끌려나간 여자의 몸을 때리는 채찍소리와 여자의 절망적인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 시작했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소은정이 벌떡 일어서 문에 달린 창문을 내다보았다. 한참을 매질을 이어가던 남자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가르고 여자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여자의 울음소리는 밤 열두시를 넘을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영혼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역겨움에 소은정이 입을 틀어막았다. ‘왜 날 여기 가둔 거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려는 거야. 도혁... 그게 목적이었다면 성공했어.’ 한편 다른 여자들은 울다 지켜 하나둘씩 잠들기 시작했지만 소은정은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행여나 그리운 꿈을 꾸게 된다면 이 악몽 같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여자 한 명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만 봐요. 어차피 다시 못 돌아올 테니까.” 담담하지만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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