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1화 어차피 몰라
솔직히 이한석도 박수혁의 결정이 딱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다.
복수... 이미 죽은 판에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복수는 도대체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죽은 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산 자의 마지막 발버둥일까?
‘하지만 이젠 대표님이 뭐라고 하셔도 은정 씨는 마음을 돌리지 않으실 거야.’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가 이제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는 사실에 이한석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대표님은 도혁의 제안을 왜 거절하신 걸까? 은정 씨를 그렇게 사랑하시면서. 그런 범죄자들이 정말 약속을 지킬 거라 생각하신 건가? 분명 안진을 동남아 공항까지 데려다줬으면서 왜 다시 생각을 바꾸신 걸까? 대표님에 대한 은정 씨의 무게와 도혁에 대한 안진의 무게가 같을 거라 생각하신 걸까?’
이번 일을 통해 박수혁도 아마 큰 교훈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장사가 아닌 거래도 많으며 선택지가 없는 상황도 수없이 많다는 걸 말이다.
그 뒤로 박수혁은 각성이라도 한 듯 미친듯이 복수를 이어갔고 복수를 마친 뒤에는 폭발이 일어났던 곳에서 가슴이 터져라 오열했으며 결국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얼굴로 귀국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은 박수혁의 삶의 의지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이한석은 한 초대장에서 SC그룹의 이름을 발견하고 박수혁에게 전했었다.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렸으면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못 이기는 척 온 자리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소은정을 만나게 됐을 줄이야. 박수혁도, 이한석도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며칠 사이에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박수혁은 삐쩍 마른 모습이었다.
누가 보면 저승 문턱에서 돌아온 게 소은정이 아니라 박수혁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겨우 발걸음을 옮긴 박수혁의 눈동자에서 수많은 감정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후회, 놀라움, 기쁨...
하지만 벅찬 그와 달리 소은정의 반응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그저 낯선 이를 바라보는 것 같은 무표정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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