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5화 자격이 없다
박수혁은 목이 멨다. 그는 도저히 자신의 만행을 돌이킬 만한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 재수 없는 재혼식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 것에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화가 난 만큼 두렵기도 했다.
그는 성년이 된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무릎 한 번 꿇는 걸로 그녀에게 그의 진심이 닿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꿇을 수 있었다.
조명 아래, 소은정이 맑은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박수혁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리는 듯이 말했다.
“됐어, 그걸 어떻게 감당하라고.”
무릎 한번 꿇는 것 따위로 모두 없던 일로 되돌리려고?
어림없는 소리!
추하나의 말로 재혼 식장의 분위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강서진은 묵묵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쓰레기였지만, 슬픔에 빠진 그 눈동자만큼은 그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진심인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 결혼 생활은 행복하기만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예전에는 자기 주견도 제대로 내비치지 못하고 무조건 순종만 하던 시골 출신 여자가 들고일어나서 이렇게 큰 복수극을 벌일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좋아, 최고야!
그는 이 지경이 되어서야 여태 자신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가 변호사였다니?
강 씨 집안사람들이 이미 하객들을 하나둘씩 내보내고 있었다. 하객들 역시 더 이상 이 막장드라마를 보고만 있기 민망하여 속속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웬 잘생긴 꼬마가 무대로 총총 뛰어왔다. 귀엽고 깜찍한 모습의 꼬마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무대를 올랐다.
꼬마가 추하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더니 다정하게 그녀를 위로했다.
“힘내요 누나! 누나는 엄청 예쁘게 생겼으니까 꼭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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