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8화 포기해
박수혁의 질문에 잔뜩 흥분한 이한석의 목소리가 살짝 수그러들었다.
“아직 사인은 안 하셨지만 동의는 하셨습니다.”
저번 사건을 통해 박수혁은 태한그룹을 완전히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그 어느 주주도 감히 박수혁의 자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 역시 참혹했다. 지금 박수혁은 박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뒷배를 잃은 상태.
그렇게 손주를 아끼던 회장님이셨는데 어쩌다...
제삼자인 이한석마저 이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를 이 자리에 앉힌 장본인이 다시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하는 기분이 어떨지 이한석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비록 다른 사람이 보기엔 박수혁은 가족에게까지 가차없는 냉혈한 그 자체일 테지만 오랫 동안 박수혁을 모셔온 이한석은 알고 있었다.
박수혁은 단 한 순간도 박대한을 진심으로 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는 걸.
박수혁은 그저 박대한이 더 이상 태한그룹의 남은 세력을 이용해 소은정에게 상처를 주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대한은 달랐다.
박대한은 태한그룹의 지분을 생판 남에게 넘겨주려고 했었다. 지분이 집안 사람에게 남아있는 한, 언젠가 박수혁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뭐, 결과적으로 박대한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지만.
“대표님.”
이한석이 우물쭈물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말해.”
“저희 쪽에서 먼저 굽히고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이한석의 말에 박수혁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비수처럼 꽂히는 박수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며 이한석이 침묵을 이어갔다.
“어쨌든 한 가족이시잖아요. 회장님도 지금 당장은 화가 너무 나셔서 그러시는 걸 거예요. 다른 가족분들도 겉으로는 뭐라고 못하시지만 뒤에서는 다들 대표님 욕을 하실 겁니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박수혁은 자신을 직접 기른 스승이자 어른의 등에 칼을 꽂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언젠가 박수혁이 위기에 빠진다면 유일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가족들 중 그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가족들 사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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