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온나연이 여기까지 말하더니 눈썹과 눈을 떨구고 자신을 비웃는 듯 웃었다.
“평생 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무대를 압도해 버렸네요. 부업으로라도 해 볼까 싶을 정도로...”
“온나연, 너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여경민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깊은 눈동자에는 붉게 치솟는 분노가 어렸다.
“내 체면을 이렇게 짓밟아?”
“그럼 당신은 나를 뭐라고 생각해요?”
온나연의 눈가가 붉어졌고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
“내 체면 당신이 짓밟은 게 한두 번이에요?”
“...”
여경민은 한동안 말이 막혀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둘은 그렇게 맞서 섰고 얼어붙은 긴장감은 주위까지 번져 갔다.
“우아앙!”
옆에서 여희수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여정훈이 재빨리 아이를 안아 달래며 말했다.
“희수야, 울지 마. 네 엄마가 잘못해서 네 아빠가 엄마를 좀 혼내는 거야. 고치면 되는 거야... 자자자, 삼촌이랑 위층 올라가서 게임하자.”
여정훈은 아이 같아도 여희수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했다. 떠나기 전, 심지어 온나연을 대신해 여경민에게 한마디 조언까지 했다. 여정훈은 그의 귀에 입을 대고 낮게 속삭였다.
“형, 여자는 겁만 주면 돼. 진짜로 세게 대하지는 마. 어쨌든 희수 엄마야.”
“???”
여경민은 바보를 보듯 그를 흘겨보았다.
여정훈은 혹시라도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계속 우는 여희수를 안고 얼른 위층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고 나서 아래층에서는 어렴풋이 비명이 들렸다.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아니라 굵직한 남자의 비명이었다.
아래에서는 온나연이 여경민의 발등을 있는 힘껏 밟아, 그의 손목을 놓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차갑게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여경민 씨, 나는 이렇게 형편없는 여자예요. 그러니까 이혼 합의서에 빨리 사인해 줘요. 그래야 우리 모두가 빨리 해방되죠.”
온나연은 그의 반응을 굳이 확인하지도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캐리어를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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