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그건...” 여경민의 날카로운 추궁에 소연수는 순간 마음에 찔린 듯 고개를 숙이며 말문이 막혔다. 온나연은 여경민의 차갑고 엄숙한 옆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넋이 나갔다. 그가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난 일이었지만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오늘 여소정 모녀에게 거침없이 행동하는 걸로 나름대로 분풀이를 한 셈이었다. 두 달 전 한 가족 모임에서 여경민은 여느 때처럼 온나연을 차갑게 대했다. 겉으로는 사이가 좋은 척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았지만 여씨 가문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그녀를 조롱하고 헐뜯는 데도 여경민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엔 소연수와 여소정이 그녀가 술을 잘 못 마시고 알코올 알레르기까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술을 마시게 했다. 알코올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과일주라며, 마시지 않으면 모두의 체면을 깎는 거라고 했다. 소연수는 여러 번 여경민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여경민은 외면했고 결국 여소정은 그녀에게 술잔에 가득한 술을 억지로 먹였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머리가 어지러운 것은 물론 몸에 붉은 발진이 돋아났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울고불고하며 여경민의 마음이 변했다고 난리를 쳐서 이후 여씨 가문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엔 장난이었다는 여소정의 한 마디로 쉽게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여경민은 내내 온나연을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마지막엔 싫증 나서 그녀를 버려둔 채 혼자서 가버렸다. 당연히 비슷한 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여소정 모녀가 온나연을 이토록 함부로 대할 수 있었다. 예전엔 여경민을 무척 사랑했지만 이러한 일들이 하나둘 쌓여가며 그 사랑도 금세 말끔히 소진되고 말았다. 그 말이 맞았다. 결혼 생활에서 벌어지는 것은 결국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것들이 쌓이면 관계를 무너뜨리기 충분하다는 것. 온나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 결혼에 집착하며 이혼을 미룰 때는 공기처럼 대하면서 남들에게 함부로 짓밟히게 내버려두더니, 완전히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