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여소정은 정말 어쩔 도리가 없어 궁금한 듯 여경민에게 물었다.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여경민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차갑게 말했다. “단지 내가 직접 온나연과 다른 남자가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영원히 다연이를 믿을 거야.” “켁!” 여소정은 인중을 꼬집으며 거의 기절할 뻔했다. 연애에 눈이 먼 사람들을 따지자면 여경민이 2등이라면 1등은 아무도 넘볼 수 없겠다고 그제야 깨달았다. 여경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호텔 안으로 들어가 프런트 데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온나연이라는 사람이 묵고 있는 방이 몇 호인지 알아봐 주세요.” “손님...” 호텔 프런트 직원은 여경민을 보자 잠깐 넋을 잃고 그의 키 크고 잘생긴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가 직무에 충실하려는 듯 거절의 말을 전했다. “죄송합니다. 그것은 손님의 개인 정보라서 저희가 함부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온나연이 묵고 있는 방이 몇 호인지 말해줘요. 가격은 당신들이 알아서 정해줘요.” 여경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압적인 어조로 말했다. 그의 세상에서는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었고 그래도 안 되면 더 주면 된다고 여겼다. “그건...” 프런트 직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억지로 고통을 참는 듯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정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 고객 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음은 물론이고 결정적으로 ‘온나연’이라는 이름은 그들의 최고 사장님의 특별한 손님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었다. 온나연은 사장님의 개인실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그들은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보아하니 당신들은 강경하게 나가야 말을 듣는 스타일인가 보군요?” 프런트 직원들이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여경민은 인내심을 잃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와서 방 하나하나 다 뒤져. 감히 막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쓸어버려.” “손님,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