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여경민은 여소정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비틀거리며 홀로 서 있는 온나연을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둘이 침대 위에 있는 현장을 본 건 아니니까.’
“너무 심해요. 제가 꼭 혼내줘야겠어요. 오빠 체면은 물론이고 우리 여씨 가문의 체면까지 발밑에 짓밟고 있잖아요.”
여소정은 온나연 곁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기세등등해져서 아까 눌러두었던 얄팍한 기세를 한껏 뽐내려 했다.
“새언니, 새언니.”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숨겨둔 남자는 어디 있어요? 어디다 감춰 놨죠?”
여소정은 일부러 진지한 척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온나연 혼자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뒤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남자?”
온나연은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너 왜 여기 있어? 너야말로 네 남자 찾고 다니는 거 아니야?”
“무슨 제 남자 타령이에요. 새언니의 남자 얘기라니까요.”
여소정은 얼굴이 굳더니 발끈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
온나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여소정은 어안이 벙벙해져 눈을 크게 떴다.
“뭐가 ‘아’예요? 바람피우는 남자랑 방 잡아놓고 그냥 ‘아’ 한마디로 끝내요? 수치심도 없어요?”
“내가 누구랑 방을 잡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설마 네가 끼어들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온나연은 로비 소파에 푹 주저앉으며 술기운이 감도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러고는 무심히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내가 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여소정은 발끈한 듯 허리에 손을 얹고 가슴을 쭉 펴며 반박했다.
“제가 새언니보다 젊고 몸매도 낫고 재미있기까지 한데... 그 사람이 새언니한테 흥미를 느낀다면 왜 저한테는 흥미를 못 느낀다는 거죠?”
이 말을 다 하고 나서 여소정은 후회했다.
‘어 잠깐 나는 온나연의 간통 현장을 잡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