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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임창수가 뒤쫓아 내려왔을 때 온나연은 이미 여경민에게 끌려간 뒤였다. 그는 텅 빈 호텔 로비를 바라보며 짙은 눈썹을 찌푸리고 약간의 후회를 삼켰다. 처음으로 자신이 한심한 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나연의 과거를 놓쳤고 이제는 그녀의 현재조차 붙잡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는 늘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마음에 드는 것은 반드시 자신의 것이 되어야 했고 놓치는 일 따윈 없었다. ‘그러니 온나연, 나는 절대 당신을 놓지 않을 거야.’ 임창수는 로비를 둘러보다가 남자친구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뜨며 투덜대는 여소정을 발견했다. “온나연은 정말 못된 여자야. 우리 여씨 가문에서 그렇게 잘해줬는데 고작 몰락한 집안 출신의 가난뱅이 주제에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게 해줬더니 뭐가 불만족스러워서 감히 우리 오빠한테 엿을 먹여? 정말 우리 오빠가 불쌍해.” 여소정의 남자 친구는 그녀를 달래듯 또 가십거리라도 꺼내듯 말했다. “혹시 온나연 씨가 오늘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복수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예전에는 대충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아직 ‘사람 목숨’이 걸린 적은 없었잖아. 이번에는 상황이 꽤 다른 것 같은데...” “양수민, 임신 실시간 검색어 말하는 거야?” 여소정은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걸 보고 화가 난 거야. 온나연도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양수민은 더 계산적인 여자야. 비교해 보면 양수민은 온나연보다 못하지. 적어도 온나연은 우리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했잖아. 양수민은 딱 봐도 우리 오빠 돈 보고 접근한 거라고.” “그걸 어쩌겠어. 남자들은 다 젊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지. 온나연 씨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네 오빠는 사업에 성공해 의기양양할 때야. 잘생긴 얼굴까지 있으니 매일 얼마나 많은 여자가 달려들겠어? 한쪽은 결혼 몇 년 차 헌신발이고 다른 한쪽은 톡 건드리면 터질 듯한 신인 배우인데...너라면 누구를 고르겠어?” 여소정의 남자친구는 남자의 관점에서 여경민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여경민을 자신의 우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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