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6장
수영은 무척이나 난처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막 빠른 속도로 전진하라는 명령을 내린 참인데 그 직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야말로 자기가 자기 얼굴을 후려친 꼴이었다.
임이준도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천후를 두고 ‘겁쟁이’라 비난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천후의 판단이 정확했음을 입증한 셈이었다.
그런 탓에 모두가 이천후를 바라보는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그의 판단은 실로 탁월했다. 만약 자신들이 앞장서 나갔더라면 완전히 끝장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손실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천후는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한 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기세등등하거나 뿌듯해하는 기색도 없었다. 본래부터 사심 없이 팀을 위한 제안을 했을 뿐이었다. 팀원들이 피해 없이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대열은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다행히 앞서 이미 살진을 밟아버린 무리 덕에 그 자리의 위협을 미리 알고 피해갈 수 있었고 연창욱의 팀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지나칠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그 살진 안쪽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과 도살장을 방불케 하는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을 때 모두의 가슴은 무언가 묵직한 쇠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바로 보물에 눈이 멀어 무모하게 돌진한 자들의 말로였다.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이 사건 이후 이천후는 자연스레 팀 내에서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졌다.
그 시점에서 전장의 형세는 제법 흥미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살진 사건 이후 많은 세력들이 전방 진출을 꺼리며 대열의 중심부로 물러났다. 심지어 항상 맨 앞에서 돌진하던 사대 성교조차도 선두를 포기하고 주력 부대 속으로 숨었다.
그리하여 연창욱의 팀은 상대적으로 선두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5대 황조의 병력조차도 어느새 이들의 뒤편으로 멀어져 있었다.
이때 연창욱이 이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천후야,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간 것 같아. 속도를 좀 늦춰야 하지 않을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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