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3장
계합은 휙 하고 부채를 펼치며 그 면을 드러냈다. ‘화기생재’, 네 글자가 유려한 금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소문에 너무 휘둘리지 마세요. 작년에도 남강 곰족에게 꿀을 먹지 말라고 권했는데 잘만 살아남지 않았습니까?”
대붕은 그 말에 그만 자신의 침에 질식할 뻔했다. 곰족이 작년에 전 종족이 셋 달 내내 설사하다 겨울잠도 제대로 못 자고 퍼졌다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대붕은 날개를 퍼덕이며 그 자리를 박차려 했으나 그 순간 계합이 꺼내든 어떤 물건에 의해 그대로 얼어붙었다. 반쪽으로 갈라진 옥패 하나, 거기엔 금우의 기운이 배어 있었는데 그것은 대붕왕과 계합의 둘째 조부가 의형제를 맺었을 때의 신표였다.
“영조와 저희 조부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지요.”
계합 성자는 옥패를 손수건으로 정성껏 닦으며 말했다.
“형님께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리 나섰습니다. 부디 제 말을 들어주시지요. 무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들지 마세요. 화해가 최고의 미덕입니다. 피천한 자가 모욕을 당했다고 검을 뽑고 나서는 건 진정한 용자가 아닙니다.”
대붕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까매졌다. 그는 이를 갈고 목청을 터뜨렸다.
“계합, 네 이 자식. 감히 날 설득하려는 거냐? 날 죽일 작정이냐!”
계합의 명성은 이미 요역 전역에 악명처럼 퍼져 있었다. 대붕 역시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고 지금 이 순간 그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합은 전혀 화내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형님, 노여움을 거두시고 제 말을 한 번만 더 들어보시지요.”
“네 조상이나 설득해라, 이 재수덩어리야!”
대붕은 온몸의 깃털이 솟구치며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 자는 진짜다. 살아있는 흉신이자 재앙의 화신이었다. 요역의 성령들조차 그와 마주치면 피해 다니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쉭.
망설임 따윈 없었다. 대붕은 즉시 빛살이 되어 하늘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하지만 그 순간 텅 빈 허공이 갑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