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28장
“날 찾았다고?”
“그렇소.”
천록 성자는 허리에 매단 현옥을 살짝 굴리며 말했다.
“이 도우의 기운 숨기는 술법은 참으로 심오하더군요. 내가 가진 구의지서로조차 당신의 자취를 찾기 어려웠소.”
그 말에 이천후는 속으로 짐작이 갔다. 분명 품속의 조화보주 조각이 기운을 가려준 덕분일 것이다. 그 보물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지금은 마음 놓고 연구할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계합 성자가 어딘가 모르게 보내는 시선이 등에 가시처럼 느껴져 더더욱 불안했다.
대붕이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 보면 안다. 한 번 날갯짓에 만장 장풍이 몰아쳤지만 계합 성자의 세 마디 ‘격언’에 시간의 균열로 빠져들어 혼돈 폭풍에 휘말려 순식간에 허무로 사라졌다. 깃털 한 올 남기지 못하고.
마곤 요왕은 대붕보다도 강한 존재였지만 눈앞의 계합 성자가 그를 향해 한탄 섞인 세 마디를 내뱉자 수천 년 쌓은 수련이 절반이나 날아갔다. 그러니 봉운이 처음 그를 보자마자 옷자락을 뒤집어 불꽃처럼 달아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계합 성자의 ‘권유의 도’는 여러 대성들조차 두려워할 만한 존재였다.
이 순간 계합 성자의 넓은 소매 끝에서 구름이 흘렀고 자비로운 미소가 이천후의 주위를 감쌌다. 그의 눈동자에선 별빛이 흘러 마치 이천후의 골상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자비를 도로 삼는 이 성자는 평소엔 누구에게나 다정했지만 이천후를 보자 유독 강한 인연을 느낀 듯 크게 반가워했다. 만일 천록 성자가 그의 소매를 세 번이나 잡아말리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이천후를 제자로 들였을지도 모른다.
이천후는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계합 성자의 시선은 몸을 꿰뚫고 영혼까지 울리며 앞뒤로 서늘한 기운이 몰아쳤다.
“두 분이 이토록 저를 찾으신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이천후는 다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꾹 눌렀다. 요역의 재앙신 앞에서는 도무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계합 성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천후 도우, 나와 천록 성자는 도우와 친교를 맺고 싶소. 내 도장은 ‘화렬궁’이라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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