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27장
“세상에 똑같은 눈송이가 없듯이 당연히 다 다르지.”
조민희는 씁쓸하게 웃으며 찻잔을 멀리 밀어냈다. 잔 속에 비친 그녀의 이마엔 희미하게 보랏빛 무늬가 번져 있었다.
“석 달 전만 해도 검을 타고 삼천 리를 날아다녔는데 이젠 찬물 한 잔도 제대로 들 수 없네.”
그때 뜰 안에 갑작스레 강풍이 휘몰아치며 처마에 매달린 청동 방울이 댕댕 울렸다.
이천후가 물었다.
“남은 시간은 얼마나 돼요?”
“길어야 반년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민희가 갑작스레 격하게 기침을 터뜨렸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번져나온 핏방울에 기묘한 황금빛이 스며 있었다.
‘반년?’
이천후는 충격에 말을 잃었다. 대도 상흔이 이토록 맹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조민희에게 남은 시간이 고작 그것뿐이라니.
“물론 천년 도원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수명은 연장할 수 있지. 어쩌면 몇십 년은 더 살 수도 있어.”
조민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겁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하늘 끝까지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천년 도원과를 찾아줄게요.”
조민희는 미소를 활짝 지었다. 마치 세상 어떤 보물도 저리 가라 할 절색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때 병풍 뒤에서 불꽃 같은 붉은 그림자가 한 줄기 흘러나왔다. 봉무의 온몸에서 밀려나는 영력은 파도처럼 요동쳤고 그것이 그녀가 더는 금선부의 억제를 받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었다.
“민희 씨, 내가 결계를 풀어줄게요.”
봉무는 손끝에 황금빛 기운을 응축해 조민희의 미간에 점을 찍었다. 그녀의 말투에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제약이 사라지자 봉무는 몸을 돌려 탑 밖의 마기가 뒤엉킨 하늘을 바라보았고 그녀 손바닥 위엔 구궁백옥령이 떠올라 있었다.
이천후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붉은 옷을 입은 그녀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목숨을 살려준 은혜는 태산만큼 무거워. 나머지는 내 손으로 매듭지을게.”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봉황의 문양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구궁백옥령이 돌아온 이상 천마 따위가 설친다 해도 우리를 못 해쳐.”
이천후는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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