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7장
“그 요족 아가씨는 그 인간 남자와 함께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어요.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잃고 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었죠...”
이천후는 하늘 위 찬란하게 흐르는 성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인간족 성체는 그 요족 아가씨에게 하늘의 모든 별들을 전부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도를 깨우쳐 제위에 오르게 되면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그 아가씨를 세워주겠다고 했고요. 하지만 그해 인간족과 요족 사이에 전쟁이 터졌고 남자가 검을 들고 출정하던 날 북명해의 물은 모두 핏빛으로 변해 버렸어요.”
“그다음은 어떻게 됐어?”
조민희의 눈썹 위에 밤이슬이 맺혀 반짝이고 있었다.
“그 세상을 뒤흔든 인간족과 요족의 대전에서 남자는 인간족의 수장으로서 싸움을 피할 수 없었죠. 하지만 그 전쟁 이후 그 남자는 중상을 입고 사라졌어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이천후는 목울대를 삼키며 낮게 말했다.
“요족 아가씨는 그 남자의 찢겨진 전투 갑옷을 품에 안고 불타버린 대지 위에 삼일 밤낮을 꿇어앉아 있었어요. 그리고 나흘째 되는 새벽에 요족 아가씨는 구천의 뇌운을 향해 맹세했어요. 설령 세계를 뒤엎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그 남자를 찾아내겠다고.”
“그날 이후로 세상에서 행복했던 요족 아가씨는 사라졌고 차갑고 무정한 요족의 여제만 남게 되었어요.”
조민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천후는 한숨을 쉬었다.
“누가 알았겠어요. 선천적으로 평범했던 그 요족 아가씨가 결국 검 하나로 제위에 오를 줄을요. 얼마나 지독한 집념이 있어야 가능했겠어요? 구중제관을 박살내고 팔황의 적을 피와 불로 쓸어버렸죠.”
“하지만 세상엔 영원히 붙잡아둘 수 있는 게 없어요. 그 여자가 절정에 오르던 날 구천신황이 황관을 입에 물고 내려왔지만 그 누구도 그 여자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 사이로 망부석에 새긴 7만 번째 각인을 보진 못했죠.”
“그 여자는 팔황을 평정하고 은하를 짓밟으며 천상천하를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마음속에 있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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