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8장

주연은 봉선화 즙을 곱게 바른 손톱을 살짝 치켜들더니 그 붉은 손끝으로 소녀의 달아오른 뺨을 부드럽게 훑었다. “지난달 유풍성에서 그 두 마리 이리 요괴가 네 옷을 찢으려 할 때 누가 이화편으로 그놈들 가죽을 벗겨놨더라?” “선배님,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주연의 눈꼬리가 은은한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은 머리카락 끝을 감고 빙글빙글 돌리며 나른한 분위기를 풍겼다. “바보야, 난 진작 널 내 친동생처럼 여겨왔어. 그런데 요즘 언니가 좀 곤란한 상황이라서 말이지...” 그녀는 문득 진리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혹시 날 좀 도와줄 수 있어?” 진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가... 색혼향이 좀 필요해.” “흐엑!” 진리아는 귀끝까지 빨개졌고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머뭇거렸다. “그... 그건 사람 마음을 어지럽히는 창피한 물건이잖아요...” “착한 내 동생, 순진한 척은 그만하자?” 주연은 그녀의 귓불에 입을 가까이 대며 살짝 웃었다. “백화파 제자들 중 행낭에 그거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녀의 손끝이 진리아의 허리춤에 달린 비단 향낭을 스치자 은방울 같은 맑은 소리가 울렸다. 진리아는 입술을 꽉 깨문 채 한 발 물러섰다. “그건 스승님이 억지로 넣어주신 거예요. 우리 같은 작은 문파 제자들은 등천로를 돌아다니다보면 항상...” 그녀는 갑자기 얼굴을 감싸며 속삭였다. “아무튼 저는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요!” “그럼 딱 좋네. 언니가 잠깐만 빌려 쓸게, 응?” 주연은 살며시 진리아의 팔을 감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졸랐다. “부탁할게, 착한 내 동생.” “그, 그럼... 알겠어요.” 결국 진리아는 주연의 집요한 부탁에 못 이겨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같은 시각 이천후는 호숫가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허리에 동전 몇 개가 달린 청년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오대 산채에서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이은우였다. “지한 씨의 흔적은 잡혔어?” 이천후는 눈앞에서 반짝이는 호수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