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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6장

이 순간 극광 성자의 눈에 비친 이천후는 더 이상 평범한 수련자가 아니었다. 그의 눈빛에 이제 경외와 찬탄만 가득했다. 천부적인 자질로 세상을 내려다보던 그는 대도의 씨앗과 기운을 품고 태어난 절세의 천재다. 그런 그는 적산의 만악 성자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천후가 절세의 보액을 폭풍처럼 들이키는 장면은 극광 성자의 오만한 자존심을 가차 없이 부숴버렸다. 인간 수련자의 육체가 정말로 이 정도까지 단련될 수 있단 말인가? 이천후의 목울대가 울컥이며 보액이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 듯 쏟아지는 그 모습에 극광 성자의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았다. 이건 수련이 아니라 태고의 흉수가 먹이를 집어삼키는 광경이었다. ‘이제 내가 이천후에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어.’ 극광 성자는 허리에 걸린 옥패를 매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정말 다행이야... 이천후와는 적이 아닌 친구가 되어서. 만약 적으로 마주했다면 매일 밤 편히 잠을 잘 수나 있었을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렸다. 며칠 전 이천후가 만악 성자와 맞붙었던 전투 장면이 떠올랐다. 압도적인 육체 하나만으로 적산의 성자를 진기 고갈로 쓰러뜨린 그 싸움, 그날 밤 별빛조차 산산조각 나고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만악 성자가 돌무더기에 주저앉아 피를 토하던 모습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만약 그 상대가 나였다면...’ 극광 성자는 눈을 감고 자신의 전투를 가상으로 그려보았다. 그가 자랑하는 순간이동 보법으로 초반에는 우위를 점할 수도 있겠지만 백 수 내에 상황이 뒤바꼈을 것이다.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이천후의 육체는 그야말로 멈출 줄 모르는 전쟁 병기였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갑자기 장내의 영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도요의 전신에서 일곱 빛깔의 빛이 터져 나왔고 진기범의 등 뒤로 용잉의 허상이 어른거렸다. 우나연의 미간에도 현묘한 문양이 떠올랐고 사방에서 연달아 경지를 돌파하며 부대경의 위압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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