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1장

이번 전투의 소식은 곧장 황촌에도 전해졌고 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마을 이장이 직접 요광을 찢어버렸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지고 흥분으로 미쳐 날뛰었다. 이천후를 따라 황촌에 들어온 오대 산채의 사내들은 두드릴 수 있는 모든 징을 두드리며 환호했고 청이를 비롯한 소녀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았다. 그때 목숨 걸고 황촌에 들어온 것을 수없이 후회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보물 같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할 이장이 지키고 있으니 머지않아 비선성의 영맥과 광맥은 ‘황’이라는 성을 달게 될 터였다. 하지만 가장 뜻밖의 반응을 보인 건 다름 아닌 공작 성녀였다. 언제나 냉철하고 도도하던 사대 성교의 천교가 지금은 옷자락을 움켜쥔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는 한때 이천후에게 사로잡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때는 이 남자에게 잡힌 것이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도요는 몰래 떡을 건네주었고 오대 산채의 거친 사내들은 그녀가 수련하는 동안 묵묵히 외곽을 지켜주었으며 그 ‘원수’ 같던 이천후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물이나 차를 내오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공작 언니!” 청이가 덥석 그녀를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우리 황촌 이제 대박 났어요!” 공작 성녀는 청이의 돌진에 몸이 휘청거렸지만 그 명랑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언니’라는 한마디가 예전 수만 인파 앞에서 받았던 성교의 경배보다 훨씬 더 가슴을 두드린다는 것을. 그 옛날 서로 경계하고 헐뜯던 동문들보다 지금 그녀 뒤에서 칼을 대신 맞아줄 줄도 알고 술 한 잔 놓고도 다툴 줄 아는 이 ‘촌놈’들이 훨씬 더 따뜻했다. 게다가 그녀처럼 외모, 재능, 실력 모두 최상위에 있는 여자가 다른 사내 손에 떨어졌다면 그 끝은 뻔했다. 멀쩡한 날개가 찢기고 자존심도 능욕당하고 지옥 같은 나날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천후는 단 한 번도 그런 흑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