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2장
이천후는 여전히 얼얼한 목덜미를 문지르며 옆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발바닥을 핥고 있는 금빛 새끼 사자를 눈을 부라려 쏘아보았다.
“하하하! 우리 작은 사자, 넌 여전하구나. 아주 천방지축이야! 등장 방식도 진짜 남달라. 멋지고 폼나서 감탄이 절로 나오네!”
조민희는 꽃이 만개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맑고 청량한 웃음소리는 은방울처럼 또랑또랑 울려 퍼졌고 그녀의 눈동자엔 별빛처럼 반짝이는 감정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금빛 새끼 사자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신령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듯 보였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천부적인 매력은 어느 여자라도 단숨에 항복하게 만들 만큼 강렬했고 저항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조민희, 오랜만이야!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금빛 새끼 사자는 조민희를 보자마자 큼직한 꼬리를 풍차처럼 흔들며 복슬복슬한 머리를 들고 밝게 외쳤다.
“넌 더 예뻐졌네! 하늘의 선녀들이 널 보면 질투 나서 울고 도망가겠어!”
조민희는 그 달콤한 말에 제대로 맞아버린 듯 심장이 몽글몽글 녹아내렸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어서 와, 내 품에 안기렴!”
그러자 금빛 새끼 사자는 곧장 황금빛 흐름으로 변해 쏙 하고 그녀의 따뜻하고 향기로운 품속으로 날아들었다. 그 안에서 녀석은 부비고 비비며 만족스럽게 가르랑 소리를 냈고 꼬리는 즐겁게 흔들리며 천진난만하고 무해한 동물처럼 굴었다.
이천후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눈가를 씰룩거렸고 이마 위엔 굵직한 검은 선이 줄줄이 내려앉았다.
‘백만 년은 산 늙은 요괴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애처럼 굴 수 있나? 이건 뭐 귀여운 척이 아니라 거의 환생급 연기력인데? 진짜 말도 안 되게 뻔뻔하구먼.’
금빛 사자의 속마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닭살이 솟고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아까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탔을 때는 수많은 산을 동시에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무게가 무지막지했는데 지금은 마치 솜털 인형처럼 가볍게 조민희 품속에서 뒹굴고 있다는 점이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