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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7장

서른여 명이 넘는 부대경 요룡위가 마치 황금으로 주조된 성벽처럼 우뚝 서서 살기를 잔뜩 드러낸 서민국과 서현지의 앞을 단단히 가로막았고 차가운 살기와 황실 특유의 위엄이 한데 엉켜 이천후를 강하게 옭아맸다. 공기는 마치 납덩이처럼 굳어져 숨이 막힐 듯 무거웠다. 그러나 그 위압적인 광경 앞에서도 이천후는 미동조차 없이 서 있었고 옷자락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서른여 개의 강대한 기세가 동시에 자신을 겨누고 있음에도 그는 작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심연과 산악을 함께 머금은 듯한 고고한 기운을 뿜어내며 천군만마를 내려다보는 절세의 위용을 드러냈다. “대사님, 서민국! 제발 손대지 마세요!” 숨 막히는 순간 황보재혁이 마치 달궈진 솥 위에 떨어진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를 악물고 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말로 합시다! 뭐든 대화로 풀 수 있지 않습니까! 주먹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제 체면을... 아니, 아니. 제 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그리고 예전에 같이 정석을 벌어들인 의리도 있지 않습니까! 다들 진정 좀 하세요!” 그는 옛 친구와 새 주인 사이에 끼어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이천후의 차가운 시선이 황보재혁을 스쳤다. “난 이미 할 만큼 했어. 인정을 다해서 서민국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줬잖아. 하지만 저놈은 굳이 죽을 길을 골랐지.” “죽을 길?” 서민국의 전신에서 용기가 끓어오르며 용포가 부풀어 올랐고 그의 등 뒤로 희미하게 황제의 허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감히 날 허수아비쯤으로 보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다면 큰 오산이야!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지금 당장 초영각에서 꺼져! 멀리, 아주 멀리 사라지란 말이야! 그러면 본 황자가 대인배답게 오늘 일을 없던 것으로 해 주마.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너를 시신조차 남기지 않겠어. 영원히 윤회조차 하지 못하게 해 주마!” “내가 안 그러겠다면?” 이천후의 입가가 차갑고 잔혹한 곡선을 그렸고 그 웃음에는 온기라곤 티끌도 없었다. 쿵. 서민국의 위협에 대한 대답은 하늘을 찢는 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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