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2장
서민국의 얼굴에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고 그 고요함은 오히려 섬뜩할 만큼 기묘했다.
황보재혁이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서민국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기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어서 도망쳐!”
서민국은 가슴속 마지막 숨결까지 쥐어짜내듯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어서 가! 절대로 이 짐승의 손에 넘어가선 안 돼! 나는 상관없으니...”
하지만 그 절규에 돌아온 건 맑고도 비웃음이 섞인 가벼운 웃음소리였다.
“하하.”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게 조민희가 서현지의 곁에 서 있었다. 봄꽃처럼 화사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지만 눈빛은 매서운 매처럼 날카롭게 서현지의 온 기운을 봉쇄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있는 한 네 여동생은 날개가 있어도 못 날아가.”
그러나 서민국의 가슴을 더욱 찢어놓은 건 정작 서현지 자신이 조금도 도망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줄곧 친오빠인 서민국을 가장 든든한 버팀목으로 의지해왔다. 지금처럼 생사의 벼랑 끝에서 그 오빠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태우며 온갖 수모와 고통을 감수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면서 혼자 살기 위해 등을 돌린다? 그런 선택은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심장을 갈가리 찢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피 속에 새겨진 듯한 완고함과 희생의 각오는 그녀로 하여금 순식간에 결단을 내리게 했다. 그 결단은 너무나 빠르고 단호해 망설임조차 끼어들 틈이 없었다.
서현지는 고개를 번쩍 들고 조민희의 조롱 어린 미소 너머로 이천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를 풀어줘요...”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고하듯 힘주어 말했다.
“그럼 제가 함께 갈게요.”
서민국을 살릴 수 있다면 설령 그 뒤에 기다리는 곳이 음란하고 사악한 구렁텅이일지라도, 설령 자신이 한낱 장난감으로 전락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 무거운 각오에 그녀의 가녀린 어깨는 미세하게 떨렸다.
“서현지, 너 미쳤어?”
서민국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절규했다. 그리고 부서진 몸을 이끌고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