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8장
“흥!”
김치형의 말에 돌아온 건 짜증과 불쾌함이 섞인 짧은 콧소리뿐이었다.
서현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두 무릎을 더 꼭 끌어안았다. 작고 여린 몸이 더욱 작아 보였고 수수한 색감의 승복은 저녁 노을의 그림자 속에서 한층 더 얇고 쓸쓸하게 비쳤다.
그녀는 얼굴을 팔꿈치 속에 묻고 마치 이 떠들썩한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단절하듯 고향 생각에 잠겼다.
아무도 더 다가서지 않았고 아무도 더 농담을 던지지 않았다. 혹여라도 그녀의 기분이 상하거나, 아니면 그냥 누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불쑥 도인경을 한 번 시전해버린다면...
“스읍...”
그 끔찍한 결말을 떠올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칼에 몇 번 찔리는 것보다 더 무섭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탁재환이 여덟 살에 오줌을 쌌던 일이며 홀로 사는 과부를 훔쳐보았던 치부까지 모조리 까발렸는데 대체 무엇이 숨겨질 수 있겠는가.
만약 그 차례가 자기에게 온다면 평생 가슴 깊숙이 묻어둔 절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털이 곤두서고 발끝이 땅을 파며 차라리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묻혀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이건 말 그대로 사회적 사망 선고다.
김치형은 시선을 서현지에게서 거두고 이번엔 이천후를 바라봤다.
“이천후, 너 대단하구나. 잠깐 나갔다 오더니 이런 살아 있는 보살을 황촌에 모셔오다니, 이건 인정할게. 내가 졌다!”
그의 마음속은 이미 계산이 끝났다. 도인경이라는 불문 금기 비전을 시전할 수 있는 자라면 신분이 아무리 낮아도 최소 불계에서 이름을 떨친 대보살, 아니면 어쩌면 고불의 환생일지도 모른다.
이건 단순히 ‘데려왔다’ 수준이 아니라 황촌의 기운을 지켜줄 수 있는 초월적 존재를 모셔온 셈이었다.
그 표정만 봐도 이천후는 자신이 서현지를 데려온 결정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처음 황촌에 들어와 보여준 인사법이 다소 섬뜩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단숨에 모두를 놀라게, 아니, 경악하게 만들었고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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