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20장
김치형의 시선이 서현지에게로 옮겨졌고 차갑고 단단하던 입매가 그 순간 마치 빛이 번지는 듯 환하게 휘어졌다.
원래부터 온갖 괴물이 들끓는 황촌에 이제는 도인경이라는 무상의 불법을 펼칠 수 있는 산 사람 보살까지 나타나다니, 이 조그만 땅끝 마을에 모인 절세의 인재들은 이제 그 수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조차도 황촌의 앞날을 조금은 기대하게 됐다. 틀림없이 찬란한 미래가 올 것이다.
...
마을 입구 공기가 잠시 얼어붙었다. 조금 전 그 어린 비구니가 신기라 부를 만한 도화 신통을 보였음에도 이천후는 마치 못 본 사람처럼 그녀의 웅크린 몸짓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눈빛에 단 한 줄기 감정도 없었고 발걸음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장 마을 깊숙이 향했다.
우나연 혈맥의 2차 각성을 가능하게 할 관건 혈령과수를 하루라도 빨리 키워내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한순간도 허투루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등 뒤에서 다급하고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한 가느다란 그림자가 성난 기운을 담아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로 그 어린 비구니였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을 치켜들고 입술을 깨물며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도대체 언제 절 돌려보내 줄 거예요?”
“돌려보내다니?”
이천후는 마치 우스꽝스러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걸었다.
“꿈꾸고 있군.”
“여긴 못 견디겠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층 높아졌다. 떨리는 음색에는 울음이 묻어 있었고 억눌렀던 감정이 둑이 터지듯 쏟아졌다.
“여기 공기가 숨 막혀요!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절 두렵게 만들어요! 여기서 보내는 매 분 매 초가 마치 끓는 기름에 빠진 것 같아요! 제발 부탁할게요. 절 보내 줘요!”
“절대 원망 안 할 테니까 제발 놔 줘요!”
이천후는 시선을 내려 전신에서 거부감을 뿜어내는 이 작고도 격앙된 존재를 한참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깊고 잔잔한 호수 같아 아무 감정의 물결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침묵을 삼킨 그는 마침내 무심하게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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