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38장
쿵.
그 한마디는 마치 벼락처럼 서현지의 가슴팍을 정통으로 내리쳤다.
그녀는 어쩌다 그것을 잊고 있었을까. 애초에 왜 고분고분 이천후를 따라 황촌까지 왔던가? 다름 아닌 오라버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달아나 버린다면 서민국을 기다리는 건 곧바로 죽음뿐이었다.
“서현지, 그 헛된 망상은 거둬.”
이천후의 목소리는 다시금 평온을 되찾았다.
“황촌에 편히 머물러. 여길 네 임시의 집이라 생각해도 좋아. 이곳의 모든 이들은 네가 믿을 수 있는 형제자매들이야. 네가 규칙만 지킨다면 그 누구도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이천후는 더는 그녀를 보지 않고 몸을 돌려 시원하게 발걸음을 옮겨 마을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 황촌 어귀를 벗어나려는 순간 희미한 그림자가 불현듯 다가붙더니 창백하다 못해 시체 같은 얼굴이 눈앞에 바짝 들이밀렸다. 어두운 빛 속에서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은 푸르스름한 기운까지 감돌며 섬뜩하게 빛났다.
콧등이 맞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뭐야, 젠장!”
이천후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반사적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체내의 진원이 순간적으로 요동쳤지만 곧 시선을 고정하자 긴장이 풀렸다.
탁재환이었다. 언제 깨어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상태는 형편없었다.
기운과 정신이 몽땅 빠져나간 듯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은 퀭하게 꺼져 시선조차 흐릿했다. 꼭 큰 병에서 막 깨어난 사람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요괴 여인에게 원양을 빨린 불운한 사내 같기도 했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멍하니 물었다.
“수... 수장? 나 방금 진짜 스스로 폭로한 거 맞아?”
그 어리둥절한 표정이 채 몇 초 가지도 않아 갑자기 거드름을 잔뜩 부린 또 다른 그림자가 휙 날아들었다.
“꺄아악! 탁재환 자식, 어디서 치매 걸린 척해?”
십진계였다. 퍼덕이는 날개로 그의 헝클어진 머리 위에 내려앉더니 금계 독립 자세를 잡은 채 고래고래 목청을 터뜨렸다.
“여덟 살엔 밤마다 오줌으로 지도를 그리고 열 살엔 담 넘어서 마을 제일 물 좋은 장 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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